이정골서 청주의 미래를 보다
이정골서 청주의 미래를 보다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19.09.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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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이정골이라는 장소를 단순하게 몇 개의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곳은 이정골 장소만의 세월의 냄새가 베여 있는 곳이다.

이정골 마을 속 신항서원 또는 라폼므현대미술관을 다녀간 사람이라면 독특하면서도 차분한 고유한 기억의 향이 어느듯 몸에 붙어 다닌다.

세련된 향이라기 보다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오래된 냄새 같은 두꺼운 향기이다. 이곳은 450년도 더 된 신항서원의 낡은 책 냄새와 5년 된 라폼므현대미술관의 미디어향기 그리고 아직 마을을 지키고 계시는 동네어르신들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서로간의 공간에서 내뱉는 거칠고 두꺼운 향들로 마을을 유지하고 있다.

이정골 마을은 단순히 인간의 지리적 거주공간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로써 두꺼운 냄새를 뱉으며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이정골 마을의 역사적 관점에서도 마을은 나름의 생애주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생명의 보존과 지속을 추구하는 시선으로 마을을 바라봐야 한다. 필자가 이정골에 들어와 작품 활동을 한지도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조용했던 마을도 이제 산성도로 터널공사가 시작되었고 문화재활용사업 등 도시재생의 모습으로 변화의 중심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은 생애주기가 다한 것처럼 보이는 마을에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시도를 하고 재생의 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과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요즘 도시의 재생은 다양한 형태의 사업이라는 이름을 갖고 프로젝트라는 운동의 성격으로 마을 속으로 들어온다.

오랫동안 역사가 단절되었던 이정골 마을이라는 공간이 청주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정골 미술관에서 전시관람을 하고 이정골마을과 신항서원을 둘러보며 이런 특정 공간에서 체험활동을 했다면 향수처럼 잠시 우리의 몸에 그 향이 남을 순 있지만 마을 고유의 진한 냄새에 오롯이 섞이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행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전국 어느 곳을 가도 있는 서원, 미술관, 오래된 마을과의 차이점이 없다. 지난 7월 소수서원을 비롯한 9개의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지금은 서원이 속한 9개 자치단체가 각 서원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살려 체험프로그램과 전시회 등 다양한 교육홍보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쇠퇴해 가고 있는 이정골과 신항서원에 어떤 새로운 기능을 불어 넣어 마을과 지역사회에 활력을 찾아 줄 수 있을까?

단순히 마을 속 역사문화재나 미술관에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서 그 마을이 활성화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시대 어떤 스토리와 맥락을 통해서 체험을 유지하고 유도할 것인가의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며 청주만의 독특한 역사문화예술콘텐츠의 개발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9개 서원과의 차별화 시도도 필요하다. 또한 예술과 사회문화적 혜택이 지역마을주민에 분명히 제공되어져야 한다.

마을을 찾는 사람들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그만큼의 피로감이 마을에 쌓이고 이정골만의 두터웠던 오랜 냄새가 점차 옅어지고 있다. 역사가 있는 문화예술 공간인 이정골 마을에서 디지털미디어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 이를 체험하는 모습을 통해 청주 문화예술도시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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