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의 맛
기부의 맛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9.24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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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가난은 죄가 아니다. 단지 불편할 뿐이다. 아니다. 가난은 죄다. 없으면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 하고 싶어도 여유가 있으면 훗날을 기약해도 된다. 하지만 없으면 좌절하고 주저앉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돈이 있으면 무죄로 풀려나지만 돈이 없으면 유죄로 처벌받는다)라는 말이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다.

냉랭한 한일 관계까지 덮어버린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각종 의혹. 보유한 재산이 50억원이 넘는데도 그의 딸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재학 당시 1년 동안 3학점만 듣고도 관악회(서울대 동창회)로부터 장학금 800만원을 받았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시절인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낙제 점수로 유급을 해도 학기당 200만원씩 총 6회에 걸쳐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넘칠 만큼 여유가 있어도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은 없다.

진정한 부자는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다.

금전적 부자라면 가난한 사람을 위해 베풀면 되고, 재능이 많은 부자라면 부족한 이들을 위해 나누면 된다.

팥죽 할머니 김은숙씨(80)는 서울 삼청동에서 40년 넘게 단팥죽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해 7월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초청을 받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자 9명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했다.

김씨는 지난 2009년부터 매월 약 300만원씩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판 돈을 고스란히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이 중 2억원은 김씨의 뜻에 따라 서울 은평병원으로 전달됐다. 신경 장애를 입은 김씨의 딸이 은평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온 게 이유다.

그녀는 아픈 자식을 키우면서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이렇게 아픈 사람이 나뿐이 아니고 많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다 보니 그런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 절절해져 팥죽 한 그릇 팔고 남은 돈을 떼어 기부하는 일이 당연한 일이 됐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부하면 뭐가 좋으냐는 질문에 김씨는 “기부하면 내가 기뻐요. 이게 약간 중독 비슷하게 자꾸 하고 싶은 거 있죠. 그냥 맛으로 따지면 하여간 맛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타인에게 내 것을 내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다고 베푸는 것도 아니고 없다고 베풀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날이 쌀쌀해지면 우리 사회에는 사랑만 놓고 사라지는 얼굴없는 천사들이 등장한다.

추석을 앞둔 지난 9일 새벽엔 광주시 광산구에 익명의 기부자가 하남동 행정복지센터에 사과 50상자를 놓고 갔다. 올해로 9년째 이어진 그의 16번째 선행이다. 이 기부자는 지난 2011년 설을 앞두고 쌀 35포대(20㎏ 기준)를 주민센터에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추석과 설에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달라며 쌀과 과일을 보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도 추석을 앞두고 익명의 기부자가 `추석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달라'며 북가좌2동 주민센터에 쌀 90㎏을 보내왔다.

올해도 충청타임즈와 (사)징검다리, CJB청주방송이 공동 주최하는 `2019-2020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이 24일부터 옥천군을 시작으로 도내 11개 시군 순회모금 및 캠페인을 전개한다.

습관처럼 마시는 브랜드 커피 한잔 아끼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 7장을 기부할 수 있다. 연탄 한 장에 담긴 사랑은 방안에 8시간 동안 온기를 전할 수 있다.

기부의 맛을 만끽하고 싶다면 연탄 한 장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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