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저)
  •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19.09.2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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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취업 준비를 할 때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던 사람이 친한 친구들 앞에서도 말 한마디가 쉽게 뱉어지지 않았다.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면 새벽 동이 틀 때까지도 잠이 들지 않아 뒤척이는 불멸의 밤들이 계속 되었다. 불면증을 극복한 방법은 단 하나였다. 취업만 되면 예전의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취업 후 정말 나의 병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저자는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장애라는 병을 10년째 앓고 있다. 쉽게 말해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치료과정에서 정신과 의사와 상담 내용을 책으로 그대로 옮겨 놓았다. 상담을 통해 자신의 변화되는 과정을 객관화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힘내라는 말, 자신감을 가지고 위축되지 말라는 말은 때론 독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의 속내를 파고드는 상처다 모자라도 괜찮고 서툴러도 괜찮다. 그 자체가 경험이다. 괜찮다”라고 저자는 말했다.

나 역시도 취업을 준비하던 암울한 시기에 가장 위로가 됐던 친구가 있다. 비슷한 상황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그 친구들을 만나면 늘 상 서로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된다. 같은 상황이어서 그런지 우울하지만 묘한 위로가 됐다. 가끔 전화나 문자로 힘내라는 말을 해주는 친구들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고마운 일이었지만 당시에는 사실 큰 위로가 되지는 못했다.

“늘 괜찮아야 한다고 배운 우리는 어둡고 찌질한 감정들을 숨기려 한다. 마치 완벽한 사람인 것처럼 우울 앞에 솔직하지 못한 우리에게 혼자만 유난 떠는 감정인가 싶어 검열하며 또 한 번 괴롭힐 때가 있다.”라고 이야기 하며 저자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집필을 망설였다. 과연 저자 혼자만 그 묘한 우울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그 우울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책의 제목에 빗대어 다소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우리는 죽고 싶은 마음을 품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다. 하지만 하루를 버티다가 먹는 떡볶이 하나에 너무나 행복해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죽고 싶은 마음을 까마득히 잊어버린다.

오늘도 우리는 다수의 시간을 `죽고 싶지만'의 생각에 시달리면서도 한두 시간의 달콤한 `떡볶이'의 희망을 기다리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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