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페스티벌 재논의가 필요하다
젓가락페스티벌 재논의가 필요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9.23 1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지난 주말 청주에서는 젓가락페스티벌이 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2015년 청주시가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매년 젓가락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3일간 청주 도심에서 진행된 페스티벌은 축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의 영향이 행사 개최에 어려움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주제 격인`젓가락'의 취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구나 시민의 참여형과 체험형을 표방했던 행사는 시민참여율이 저조하면서 지역축제라는 말조차 민망스럽게 했다.

메인 행사로 선보여왔던 한·중·일 젓가락 전시는 특별전이란 이름으로 열렸지만 `특별'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소규모로 진행됐다. 빈약한 전시와 협소한 전시장은 소소한 지역축제장이나 다름없었다. 3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고도 초라함을 면치 못하면서 젓가락페스티벌은 개최 5년 만에 존폐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젓가락페스티벌의 태생적 한계를 말한다. 동아시아문화도시가 전시의 도시를 순회하면서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페스티벌을 기획할 당시에도 지역에선 “왜 뜬금없이 젓가락이냐”라는 말도 많이 나왔다. 숟가락 문화인 한국과는 조화롭지 못한 축제 기획이라는 지적과 함께 제2의 직지가 될 것이라는 따가운 눈초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젓가락은 한·중·일 국제행사를 개최하며 3국의 문화 공통점을 찾는 과정에서 채택됐다. 자문을 맡았던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조언도 크게 작용했고, 동아시아 3개국의 문화원형을 젓가락문화에서 찾아보자는 의미로 페스티벌은 추진됐다.

동아시아문화도시가 열린 첫해는 한·중·일 3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풍성한 젓가락페스티벌로 열렸다. 젓가락과 관련된 논의도 진척되는 듯했고, 각국의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전국 순회로 개최되는 동아시아문화도시가 타 지자체로 넘어가고, 젓가락페스티벌도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놓이면서 한·중·일 국제행사가 무색해진 것이다.

5년을 지나온 젓가락페스티벌에 대해 이제 점검이 필요한 시간이다. 전임 시장 때 만든 행사라지만 해왔던 행사니까 해야 한다는 방식의 안일한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취지와 목적, 명분을 고려해 페스티벌의 지속성 여부를 재진단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이 행사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인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깊이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만큼 공예분야에 포함해 행사를 계속 진행하는 방안을 타진하는 묘를 발휘하든지 행사 중단도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이는 젓가락페스티벌의 문제만이 아니다. 청주의 경우 오는 11월까지 예정된 축제만 해도 10여 개가 넘는다. 규모 면에서도 수십억 원대 예산이 들어가는 행사도 여럿이다. 당장 다음 주에 열리는 청원생명축제, 충북예술제를 필두로 청주공예비엔날레, 청주문화재야행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하지만 청주의 대표 축제를 꼽으라며 딱히 잡히지 않는다. 전국에서 1000개가 훨씬 넘는 축제가 열리고, 충북에서만도 100개가 넘는 축제와 행사가 열리는 문화 춘추전국시대에 내세울 게 없는 축제라면 효율적인 행사 운영이라고 자부할 수 없을 것이다.

지역축제의 급증은 지방자치시대가 시작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과거에는 중앙정부 지원으로 이루어지던 축제나 행사가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역에 이관되면서 대거 늘어났다. 지자체의 예산 부담도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굴뚝 없는 산업으로 주목을 받는 문화는 그 비중 역시 앞으로도 커질 전망이다. 지자체에서는 문화도시만을 표방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축제 운영으로 지역민들에게 문화로 행복한 도시를 선물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