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
  •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 승인 2019.09.2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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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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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각기 다르게 보고 해석한다. 즉 각자의 감정과 기억이 다르기에 백이면 백 모두 다를 수밖에 없고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림책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의 사과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렇다. 과일가게 앞에 놓여진 사과를 보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입장에서 생각 한다. 단지 빨간 사과일 뿐인데 농부는 사과의 빛깔을 보고 땅의 상태를 짐작한다. “사과를 노래한 사람이 많지, 이렇게 모두 예쁜 사과를 보고 노래를 만들었나 봐, 그래, 나도 한번 만들어 봐야지.”라고 생각하는 작곡가 아가씨에게 사과는 창작의 영감을 주는 과일이다. 또한, 과일가게 아저씨에겐 상품이며, 수학 선생님에겐 연산문제의 도구로도 활용된다. 이렇듯 관점은 사물과 환경을 해석할 뿐 아니라 가치관 형성의 잣대가 된다. 하지만 틀린 얘기나 잘못된 생각은 없다. 단지, 다른 것뿐이다. 내게 빨간색은 밝고 선명하지만, 왠지 위기나 경고를 알리는 것 같아 불안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흔치 않은 사과 알러지가 있어 일 년 동안 거의 한 개의 사과도 먹지 않는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사과는 자기식대로 해석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경험과 직업의 단서를 찾는다. 그래서일까, 사과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하는 말을 듣고 웃을 뿐이다.

종종 우리는 판단 받는 것에 대해 자유롭지 못할 때가 많다. 이것은 분명 나의 일면만을 보고 한 말이나 평가임에도 그것이 전부인 거처럼 낙심할 때가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평가는 상대방이 어느 한 부분을 주관적으로 해석한 것이기에 그냥 `또 하나의 생각'일 뿐이다.

그림책을 잘 살펴보면 사과를 제외한 모든 배경이 수묵화처럼 묵으로 그려졌다. 마지막 장에서야 비로소 칼라로 그려진다. 흑백으로 처리된 장들은 다른 사람이 사과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이었고 마지막 장에 와서 자신이 정말 되고 싶었던 모습이어서 총천연색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사과는 분명 하나이지만 의미는 무한하다. 이런 면에서 주인공 사과는 지혜로운 잣대를 갖고 있다. 사람들이 하는 말과 상황을 보고 들으면서 휘둘리거나 어떤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는다. 백 명의 사람들이 자신을 달리 본다고 해도 화내거나 잘난체하지 않는다. 사과는 자신을 긍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이 개인의 마음에 들어오면 글을 쓴 사람의 생각이 담겨져 있어도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다. 작가의 의도나 하고 싶은 말보다는 읽는 사람의 심리와 관점의 스팩트럼으로 해석하니 말이다.

사과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관점과 생각이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또 흔들리지 않는 의연함을 본다. 한동안 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골몰해서 스트레스 웅덩이에 빠졌던 적이 있다. 그림책을 읽으며 사과를 바라보는 어떤 사람이었던 관점을 사과 자체로 나의 마음자리를 옮겼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해진다. 하나를 하나의 눈으로 보는 눈이 아닌 만개의 눈으로도 읽고 볼 수 있는 내공이 생기기를 바란다. 이런 많고 다양한 시선을 갖기 위해서 그릇을 비우고 마을을 열어야겠다. 이제는 나도 사과처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난 한 개지만 백 개인 사과야”, 나를 긍정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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