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참된 국회의원인가
누가 참된 국회의원인가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9.09.1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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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조국 법무부장관이 지난 17일, 장관에 임명된 후 처음으로 국회를 찾았다. 그런데 여당과 야당이 조 장관을 대하는 입장은 전혀 달랐다. 더블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조 장관을 맞아 “검찰 개혁을 이제 시작하는 만큼 잘 임해주시길 바란다”라며 조 장관의 검찰 개혁에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조 장관의 검찰개혁, 사법개혁 관련 훌륭한 역할을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아예 조 장관의 예방 자체를 거절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조 장관이 개혁의 동력이 되는 것은 적극 응원하겠지만, 개혁의 장애가 될 때는 가차 없이 비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정치연대 유성엽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민주당을 위해서도, 조 장관 및 가족과 친척 지인들을 위해서도 장관직을 내려놓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 국민 의견”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국회는 나라의 근간이 되는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고, 그 역할을 하라고 국민들로부터 막중한 권한을 부여받은 주인공이 바로 국회의원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히 자당의 당리당략 및 진영논리를 넘어, 0점 조정된 지공무사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이 올곧고 힘차게 걸어나갈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함은 당연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진보 보수에 따른 미세한 견해 차이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전혀 상반된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은 누군가 당리당략 및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채,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일 것이다. 결국 당리당략 및 진영 논리를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면,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바르게 보는 일은 불가능하다. 지공무사하지 못한 마음은 자신이 보고 싶은 상황을 가공해 낸 뒤, 자신이 보는 것만이 전부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心不在焉(심부재언) 視而不見(시이불견)'이란 말이 있다. 마음에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민주당의 마음에는 조국 법무장관이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부적합한 점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고, 한국당의 마음에는 조 장관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적합한 점들이 보이지 않는 것뿐이다. 적어도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라면, `무조건 적합하다'거나 `무조건 부적합하다'고 하는 그 어떤 선입관에도 물들지 않은 지공무사한 마음을 견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면서 올곧은 의정활동을 통해, 정의롭고 살기 좋은 세상을 앞당길 수 있다. 여야를 떠나, 자당에 이익이 되는 주의주장도 국가 발전에 저해된다면 과감히 버리고, 자당에 손해가 되는 주의 주장도 국가 발전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적극 수용할 줄 알아야 비로소 참된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국회의원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참담할 정도다. 이번 추석에는 수출 부진 등 불경기로 인해 기업의 절반 정도가 추석 상여금 지급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러나 특별한 실적은 고사하고 직무유기에 가까운 파행적 행태를 보인 국회의 경우만 특혜를 누렸다. 올해 국회 본회의가 열려 민생 법안을 처리한 건 단 4번뿐이었고, 패스트트랙 충돌 이후엔 1번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명절 상여금은 서울 소재 직장인 평균 월급을 훨씬 웃도는 405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5월 상반기 동안 국회 본 회의를 통해 처리된 안건은 44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68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온갖 논리로 중무장한 채 끊임없이 상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국회의원들 중, 그 누구 하나도 자신들이 받은 추석 상여금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듣지 못했다. 누가 개인의 사리사욕을 떠나, 여야를 떠나, 나라의 근간이 되는 법을 만드는 참된 국회의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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