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공권력 … 끊이지 않는 경찰관 피습
무너진 공권력 … 끊이지 않는 경찰관 피습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9.09.17 2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청 자료분석 결과 최근 3년 동안 49명 부상
충북경찰 테이저건 394정 보유 … 사용빈도 매년 ↓
`과잉대응' 민원·고소 등 송사 우려 엄두조차 못내

#1. 2017년 10월 26일 오전 0시 10분쯤 청주 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요금 지급 문제로 승강이를 벌이던 택시기사와 승객 A씨(51)가 찾아왔다. 경찰은 택시기사로부터 전후 사정을 들은 뒤 A씨에 대해 신원조회를 시작했다. 조회 결과 A씨가 2년 전 무면허운전으로 받은 벌금형을 치르지 않아 `B급 수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즉각 형집행장을 제시하고 구인을 시도했다. 하지만 A씨는 이때부터 욕설과 함께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제지가 어렵다고 판단한 경찰이 수갑을 사용하려던 찰나. A씨는 수갑을 채우려던 경찰관의 오른쪽 허벅지를 깨물었다. 공무집행 과정에서 경찰관이 신체적 피해를 본 경우다.

#2. 지난해 7월 24일 오전 4시 7분쯤 청원구 율량동 한 아파트에서 경찰관 2명이 4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관을 폭행한 남성은 당시 112에 “우리 집에 와보면 알 것”이라고 신고한 상태였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경관 2명이 신고 경위를 묻자 남성은 “신고한 적 없는데 왜 왔냐. 너희 `보이스피싱범'아니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급기야 이 남성은 경찰관들의 어깨와 목덜미를 잡아 밀고 손바닥으로 가슴을 때리기도 했다.

공무집행 과정에서 `피습'을 당하는 경찰관이 적잖다. 문제는 피습을 당해 신체적인 피해를 보는 경찰관 수가 줄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대안정치연대 정인화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2016~2018년)간 피습으로 공상을 입은 경찰관은 49명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12명 △2017년 14명 △2018년 23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정인화 의원은 “범인 피습 등으로 부상을 당하는 경찰 공무원이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경찰의 안전을 보장하고 적극적인 범인 진압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관 피습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소극적인 공무 집행이 자리한다. 자칫 `과잉 대응' 논란에 휘말려 각종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이런 세태는 범인 진압 장비인 테이저건 사용 빈도에서 엿볼 수 있다.

충북 경찰이 보유한 테이저건은 모두 394정이지만, 사용빈도는 매년 줄고 있다. 사용 현황을 보면 2016년 26건에서 2017년 12건, 2018년 11건으로 감소했다. 송사에 휘말릴까 맨몸으로 범죄 현장에 뛰어드는 경찰관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내 한 경찰관은 “경찰관에게 민원이나 고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이라며 “웬만큼 위험한 현장이 아니면 테이저건 등을 사용할 엄두조차 못 내는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괜히 `매 맞는 경찰'이라는 말이 생기는 게 아니다”라며 “공권력이 바닥을 친다고 느낄 정도로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고 하소연했다.

/조준영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