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나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9.1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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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말한다.

손에 쥔 것을 내어 놓는 것도 빼앗겼다고 생각하면 억울하지만 돌려줬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높은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도 쫓겨났다고 여기면 분노만 남지만 유능한 후임자에게 물려줬다고 여기면 속 편하다.

자리라는 것이 그렇다.

고기도 씹어본 사람이 맛을 아는 것처럼 권력도 쥐어본 사람이 위력을 안다.

그래서인지 지위가 높을수록, 가진 게 많을수록 내려놓아야 할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모양이다.

물려받은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이 내려놓을 것이라고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고 뽑아놓은 정치인에 대한 기대뿐이다.

지난 10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이끌어온 마윈이 회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날은 마윈이 알리바바를 창업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자 그의 55번째 생일이다.

마윈 회장은 이날 밤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서 열린 알리바바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마윈의 퇴임은 중국의 주요 1세대 정보통신(IT) 기업 창업자 가운데 처음이다. 8000만원의 자본금을 갖고 항저우의 한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시작해 20년 만에 시가총액 549조원의 거대 제국으로 성장시킨 기업 총수 자리에서 내려온다는 것 자체가 눈길을 끈다.

이날 마윈 회장은 퇴임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오늘은 마윈이 은퇴하는 날이 아니라 제도화된 승계가 시작되는 날로써 이는 한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의 성공”이라며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우리 목표는 경쟁 상대를 꺾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더욱 좋게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마윈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수만명의 직원들과 함께`꿈을 좇는 젊은 마음'(追夢赤子心)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흙투성이어도 소질이 없을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운명에 무릎 꿇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라는 내용을 담은 이 노래처럼 흙수저였던 마윈 회장은 20년간 달려왔다. 그리고 미련없이 내려왔다. 대대손손 부를 물려주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안간힘을 쓰는 우리나라 일부 대기업 총수와 다른 삶을 선택했다.

오래전부터 공익사업을 펼쳐온 빌 게이츠를 자신의 인생 모델로 여긴다고 밝힌 마윈 회장은 교육을 비롯한 여러 공익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내려놓지 못해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은 추석 직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 소회의실에서 2030청년들과 만났다.

이날 청년들은 조국 장관에게 공정의 사다리가 되어달라는 의미를 담아 공정, 희망, 정의라는 단어가 부착된 사다리 3개를 전달했다.

취업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어학연수를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사다리는 희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절망이기도 하다.

노력만 하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사다리가 힘없고 배경없는 이들에게는 오르지 못할 사다리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청년들의 꿈을 응원해주고 지원해 줄 정치권은 경쟁 상대 꺾기에만 전념하고 있고, 내 편이면 편법도 능력으로 감싸고 있는 마당에 공정사다리가 무슨 소용일까. 오늘도 수십장의 이력서와 씨름하는 취업준비생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한 사다리는 언제든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만은 내려놓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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