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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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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4·19

김 승 환 <논설위원·충북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2007년, 한·미FTA로 세상이 시끄럽다. 한편에서는 이야말로 민족과 국가가 나갈 최선의 길이라는 낙관론이 있다. 그 반대편에 패권국가 미국의 식민지가 되는 최악의 길이라는 비관론이 있다. 서로 쟁투(爭鬪)를 벌인다. 낙관론자들에 의하면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국가에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야말로 최선의 길이라는 것이다. 비관론자들에 의하면 그것은 미국의 51번째 식민지가 되는 길이고, 또 기층민중들의 생존이 피폐해질 것이므로 반드시 저지해야 할 최악이라는 것이다. 낙관론과 비관론의 차이가 너무 커서 접합의 지점조차 보이지 않는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인가 FTA와 4·19의 관계를 통해 이 문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1997년 한반도에 핵폭탄 못지않은 금융폭탄이 투하되었다. 한국은 패전국가처럼 항복의 조기(弔旗)를 게양하고 IMF를 칙사로 맞아들였다. 이렇게 신자유주의는 점령군으로 입성했다. 그 후 한국사회에는 세계화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풍습이 생겼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거역할 수 없다는 공포가 한국인의 유전인자로 각인돼 버린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성장발전을 신봉하는 세계화다. 이제 한국이 세계화의 모범생으로 다른 국가들의 선망(羨望)이 되어 있다는 것이 성장발전주의자들의 자랑인 모양이다. 2007년의 화두인 한·미 FTA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가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는 97년 체제의 연장이며 강화인 것이다.

이 97년 체제는 87년 체제와 충돌한다. 1987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거리에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충혈된 눈으로 화염병을 들고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반독재민주화투쟁을 감행했다. 군사독재를 전복시킬 열망이 가득했던 봄날이었다. 민중봉기는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생긴 87년 체제다. 1987년 6월에 직선제 개헌을 쟁취하는 한편 군사독재의 표면적 항복을 받아냄으로써 민주화의 기틀을 마련했고, 그 이후 87년 체제가 한국의 정치사회의 기본틀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 대 반민주라는 담론과 성장발전의 세계화라는 담론이 충돌했다.

87년 체제는 61년 체제의 부정이다. 61년 체제란 성장발전을 목표로 하는 개발독재의 틀을 말한다. 1961년 박정희 장군의 쿠데타로 근대화라는 성장발전의 담론이 확정되었다. 그 체제가 1987년까지 연장되었던 것이다. 그 중간에 유신체제가 있다. 한편 61년 체제는 60년 체제의 부정이다. 60년 체제란 4·19로부터 비롯되었다. 1960년 4·19는 민주화의 열망과 부정부패에 대한 저항이 표출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혁명이었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참으로 부끄럽게도 혁명에 참가한 젊은 청년들을 폭도로 몰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대중들의 분노를 그런식으로 왜곡한 결과, 더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우방이라고 믿었던 미국조차 등을 돌림으로써 하야(下野)라는 비극으로 끝났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1960년의 4·19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이 4·19혁명은 민주 민중 민족의 정신과 진실과 정의가 담긴 역사의 대사건이다. 그 정신인 정치적 정통성이나 민족화해의 길은 절대로 부정될 수 없다. 혹자는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가 아니었으면 한국의 근대화는 요원하고 성장발전도 늦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틀린다. 한국인들의 교육정도나 성실 근면성 그리고 여러 요인들을 종합해보면 다소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간단히 요약해서 60년 체제를 부정한 61년 체제는 잘못된 길이었다. 따라서 61년 체제를 부정한 87년 체제는 올바른 길이었다. 따라서 87년 체제를 부정하자는 작금의 움직임은 결코 좋은 길은 아니다. 성장발전도 중요하고 진보개혁도 중요하다. 지혜와 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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