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 3
인생길 3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19.09.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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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지형이 아무리 험한들 인간이 의지만 있다면, 그곳에 길을 내어 기어코 지나가고야 만다.

새나 연기처럼 날아야만 지날 수 있던 곳을 사람의 힘으로 길을 내어 왕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힘일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살다 보면 도저히 감당 못 할 것 같은 일을 만나기도 하지만, 세월이 가고 돌이켜보면 용케도 지나오곤 했던 것이다.

모두가 불굴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을 테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어려울수록 여유와 유머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촉으로 가는 길(蜀道難)3

靑泥何盤盤(청니하반반) 청니령 고개는 어찌 그렇게 돌아가나
百步九折縈岩巒(백보구절영암만) 백 걸음에 아홉 번을 꺾어 바위 봉우리를 감쌌네.
捫參歷井仰脅息(문삼력정앙협식) 참을 만지고 정을 지나 우러러 숨죽여
以手撫膺坐長嘆(이수무응좌장탄) 손으로 가슴 만지며 앉아서 길게 탄식하나니
問君西游何時還(문군서유하시환) 그대에게 묻노니, 서쪽으로 떠나면 언제 돌아오나?
畏途巉岩不可攀(외도참암부가반) 두려워라, 길이 험한 바위라 잡고 오르지 못할 일이

우여곡절 끝에 길이 생겼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결코 아니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수도 없이 돌아야 하고, 백 걸음 뗄 때마다 아홉 번 꺾이는 바위 봉우리를 몇 번이고 지나쳐야 한다.

하늘에 있는 별인 삼(參)과 정(井)을 만지기도 하고 지나가기도 해야 한다고 말한 시인의 넉살은 참으로 넉넉하다.

그만큼 높고 험한 것을 말하면서 이런 여유와 유머를 끌어들이는 것은 시인의 가장 큰 장기가 아닐 수 없다.

험한 길을 가다 보면 중간 중간 앉아서 쉬는 것은 필수이다.

가슴을 쓰다듬어 가쁜 숨을 달래고, 길게 숨을 몰아 쉬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힘든 여정에 나설 힘이 생기는 것 아닌가?

자기가 가보기라도 한 것처럼 촉도의 험난함을 과장과 유머를 섞어 설파한 시인은 그 길을 지나 서쪽으로 가는 친구의 안부를 걱정한다.

아마도 가기는 가더라도 다시 되돌아오지는 못하리라.

가는 길도 험하기 짝이 없어 부여잡을 바위라도 있을지 하고 말이다.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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