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고리즘을 아시나요?
맘고리즘을 아시나요?
  • 이미화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 승인 2019.09.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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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화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이미화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지난해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 수)은 0.98명으로, 출생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래 첫 1명 이하 합계 출산율이다. 이는 OECD 35개 회원국 중 유일했다. 2018년 출생아는 32만69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구의 거의 절반(44.6%)이 맞벌이를 하고 있다. 여성이 결혼을 해서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사회적 인식은 육아는 여성의 몫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끝날 줄 모르는 육아의 굴레 속에서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경력 단절과 고용 불안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우리나라 출산 여성 대부분은 맘고리즘(Momgorithm)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맘고리즘'이란 엄마(Mom)와 알고리즘(Algorithm : 문제 해결을 위한 절차나 규칙)의 합성어로, 여성(Mom)에게 전담시키며 굴러가는 한국 사회의 작동 방식(Algorithm)을 가리킨다. 즉 `임신→육아→직장→부모에게 돌봄 위탁→퇴사→경력 단절→자녀 결혼→손자 출생→황혼 육아'로 이어지는 끝없는 여성의 돌봄 노동의 고리를 의미한다.

맘고리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 출산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맘고리즘이 나타난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건 무엇보다도 고용시장에서의 성차별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됐고, 1989년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차 개정 시부터 성차별 해소와 여성을 우대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고용시장에서 남녀 고용 격차와 소득 격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남성의 육아휴직제도라는 좋은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률은 극히 낮다. 지난해 유니세프 가족친화정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남성 유급 육아휴직 이용률은 17%에 불과했다.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소득과 직장 내 경쟁력 감소, 성별 임금 격차 때문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부터 `아빠 육아휴직보너스제'로 월 상한액을 250만 원으로 인상하고, 육아휴직 첫 3개월 이후 9개월간의 급여를 통상임금의 50%를 지급하는 등 소득 대체율을 높이는 제도적 노력을 보이고 있으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까지 미흡한 수준이다. 또한 남성의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좋지 못한 것도 남성의 육아 휴직률이 낮은 이유일 것이다.

육아는 여성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육아를 가정과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아마 여성들은 점점 출산을 기피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육아 선진국인 스웨덴처럼 육아휴직 기간의 명확한 보장과 육아휴직 후 복직의 확실성이 보장돼야 하며 아빠의 육아휴직이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라테 파파'(한 손에는 카페라테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미는 아버지라는 의미로,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일컬음)를 자주 볼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찾아오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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