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보다 시급한 청장년층 일자리
노인보다 시급한 청장년층 일자리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9.16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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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통계청이 지난 11일 올해 8월 말 기준 고용 동향을 발표했다. 실업률이 3.0%로 전년 동월 대비 1.0%포인트 하락하고 취업자는 2735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 45만2000명 증가했다는 게 골자다.

청와대가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5일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통계청의 고용동향 통계를 소개하며 “고용 회복 흐름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수석은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고용률이 상승했고 (고용률이 하락한) 40대의 경우도 하락폭이 지난달 보다 크게 줄었다”고 부언 설명했다.

이번에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 수치를 보면 청와대가 고무할 만 하다. 실제 지난 8월의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5만2000명이 증가해 2017년 3월(46만3000명) 이후 1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실업률 역시 1.0%포인트 하락한 3.0%로 8월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와대는 이같은 고용 흐름의 개선 이유로 자동차, 조선업의 구조 조정 마무리와 동 업종의 생산성 회복을 들었다. 또 이와 함께 정부의 사회 서버스 일자리 확충, 벤처 활성화 및 자업 대책, 청년 일자리 대책 등 정부 정책의 성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같은 청와대의 시선과 달리 국내 고용시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것 같다. 같은 날 발표된 기업들의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보면 양질의 일자리는 되레 줄어들 것 같은 분위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최근 한달 간 종업원 300명 이상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31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올해 신규 채용을 늘릴 계획이 있다는 회사는 전체 응답의 17.5%에 그쳤다.

특히 응답 기업의 33.6%가 지난해 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답했는데 지난해 조사에 비해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응답은 9.0%포인트 늘어난 반면, `늘리겠다'는 응답은 6.4%푄트 줄었다.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들의 이유는 경기 악화가 47.7%, 회사 사정의 어려움 때문이 25.0%,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 증가가 15.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한국경제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불안한 대외 경제 상황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국내 여건이 맞물리면서 신규 채용을 확대하지 않고 움츠리는 기업들이 많아 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전혀 상반된 분위기의 경제 관련 뉴스가 전파를 타자 누리꾼들은 혼란스러운 반응이다. 청와대가 고용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를 전했지만 정작 경영계는 고용을 축소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누리꾼들은 청와대의 고용 회복 기대 관련 뉴스에 대해 대체적으로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한 언론사의 청와대 발 `고용 회복세 발표' 관련 기사에는 전체 응답 스티커 중 `화나요'라는 응답이 3000여 개, `좋아요'라는 반응을 보인 응답은 불과 100여건도 되지 않았다.

특히 대부분이 소비 활동의 주축을 이루는 40대의 고용률 감소에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30, 40대의 실업률 증가는 내수 경기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 보다 시급한 청장년 세대의 일자리 창출. 정책 당국이 최우선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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