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 정선옥 금왕교육도서관장
  • 승인 2019.09.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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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금왕교육도서관장
정선옥 금왕교육도서관장

 

9월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한 독서의 달이다. 우리 도서관은 고대영 작가강연회, 3D 펜으로 만드는 책 친구, 샌드아트로 떠나는 환상 동화여행, 자료 대출 시 추억의 뽑기 등 다양한 독서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책에서 뽑은 한 문장 또는 한 줄 서평을 적는 `펼쳐 봐 뽑아 봐'는 학생, 학부모에게 인기 있다. 책에서 뽑은 한 문장은 시간이 지나, 그 책을 떠올릴 때 잊지 않고 생각나면 좋겠다.

도서 `청춘의 문장들(김연수 저·마음산책)'은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라는 부제처럼 기억하면 좋을 구절이 많다. 당나라 시인 이백과 두보의 시, 이덕무의 산문, 정약용, 유득공의 시, 마츠오 바쇼, 이시바시 히데노의 하이쿠, 김광석의 노랫말 등 젊은 날에 즐겨 읽던 아름다운 문장들을 에세이에 담았다. 유년의 추억, 성장통을 앓았던 청년 시절에 읽던 책, 글을 쓰게 된 동기를 풀어놓는다.

“살아오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영어 가정법 문장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배웠고 3차 방정식을 그래프로 옮기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내가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일 수 있는지 알게 된 일이다. 내 안에는 많은 빛이 숨어 있다는 것, 어디까지나 지금의 나란 그 빛의 극히 일부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일이다.”

살면서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대단한 축복이다. 저자는 재수 시절 한 시인을 만났다. 저도 시나 써야겠어요 하는 말에,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네가 어떤 시를 쓸지 꼭 보고 싶다.” 질책이 아닌, 가능성을 보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시인 덕분에 저자는 시인으로 등단했고 작가가 되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이 오버랩된다. 주인공 현우와 미수는 잦은 이별과 만남, 방황으로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미수 언니의 따뜻한 밥 한 끼, 현우를 믿는다는 말은 흔들리는 사랑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젊음의 한때는 찬란한 기억도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 꿈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으로 대부분 고통스럽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푸른 젊음을 한없이 부러워하는 이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으로 청춘의 힘듦을 위로받고, 아련한 젊은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책 속에는 보석 같은 문장이 많다. “삶은 직선의 단순한 길이 아니라 곡선의 복잡한 길을 걷고, 기다리는 그 즉시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기다리면 봄은 오고, 힘든 것도 어쨌든 지나간다는 것”

신영복 선생은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고 독서가 사색의 반려라면 가을과 독서와 사색은 하나로 통일되어 한 묶음의 볏단 같은 수확을 안겨줄 듯도 합니다.”라고 했다.

어떤 책을 읽을까? 간결하면서 여운을 남기는 시집도 좋고, 이 책처럼 삶을 공감하는 에세이도 좋겠다. 타인 삶의 조각을 엿보는 소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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