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公正)
공정(公正)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9.09.1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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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인류는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es) -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슬기로운 사람'이라고 칭했다. 한참 뒤에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 - 물건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도 불렀다. 그러나 사람은 생각만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도 아니며 다른 동물들도 나름 물건을 만드는 것을 볼 때 인간에 대한 꼭 맞는 표현이라고 하기 어렵다.

1938년 문화인류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 s)- 놀이하는 인간'이라고 규정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문화와 사회적 제도는 모두 놀이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즐거움과 흥겨움을 동반하는 가장 자유롭고 해방된 활동, 삶의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놀이가 법률, 문학, 예술, 종교, 철학을 탄생시킨 모체라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매우 적합한 규정이다. 어린이들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탐구하고 사람과 연결한다. 놀이에 대한 호기심이 모든 지적 문명의 원천이며 사회 제도의 근간이다. 우리는 놀기 위해 지구라는 행성에 온 것인지도 모른다.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놀이판을 만들고 신명을 키우는 것은 `규칙'이다. 모든 놀이에는 매우 엄격한 규칙이 존재한다. 놀이자들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놀이판은 깨지고 놀이자는 떠난다. 놀이 세계 규칙은 예외가 없다. 누구를 막론하고 같은 규칙이 적용되고 모두가 지켜야 한다.

놀이 규칙에 대한 `공정 -公正'이 놀이의 핵심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를 하나의 놀이판으로 볼 때 이 판에 신명을 키우는 것은 `규칙에 대한 공정(公正)'이다. 법에 대한 공정한 적용이 이루어질 때 행복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허구 세계인 놀이보다 현실 세계의 규칙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조국 장관의 임명을 통해 드러난 많은 사람의 실망과 분노는 공정에 대한 훼손이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로 만들어진 부와 특권이 공정을 해쳤고 이에 대한 실망감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그것이 사실이라는 실체적 증거는 증명되지 않았고 언론의 과도한 신상털기와 보수야당의 정치공세일 수도 있다. 문제는 특권문화가 마약처럼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믿었던 조국 너마저…. 라는 배신감이 이 문제를 더 크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조국은 최소한 그에 대한 부족함과 잘못을 이해했고 사과했다.

그러나 비판의 선봉에 선 나경원 원내 대표를 비롯한 보수인사들은 자신의 문제는 통찰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는 문제가 없고 종류도 다르며 억울하다고 한다. 아니 특권을 누린다는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특권이 중독되어 일상화된 것이다. 서울의대 실험실을 전화 한 통으로 빌린 것이야말로 반칙과 특권의 상징이다. 공정한 법 집행을 하려면 이것도 검찰이 대대적으로 조사해야 마땅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그동안 약자와 정의를 위해 노력했고 더 큰 사회적 반칙과 특권을 없앨 `검찰개혁과 법제도개혁'에 나선 조국인가? 아니면 촛불혁명으로 퇴출된 국정농단의 구시대 반성 없는 사람들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공정을 더 확고하게 세우는 것이다. 믿음 있는 선택만이 시대의 공정을 더 높게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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