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는 비핵화 시계…文대통령, 북미 대화 '촉진자' 재개
다시 도는 비핵화 시계…文대통령, 북미 대화 '촉진자' 재개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9.1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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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리 유엔총회 참석 검토되다 막판 文대통령으로
북미 대화 분위기 진전되자 한미회담 개최 결정한 듯
文대통령, 트럼프와 北 비핵화 방안 주로 논의 전망
북미 대화 촉진자 역할 재개…중재안 제시 가능성도
이산상봉 필요성도 언급…남북 교류 재개 여건 조성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2~26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기로 결정한 것은 최근 북미 비핵화 대화의 여건이 급진전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이번 유엔총회 참석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목적이 크다. 당초 정부 안팎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방안이 비중 있게 고려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9월 말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문 대통령의 뉴욕행과 한미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선희 외무성 1부상은 지난 9일 담화를 통해 미국에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전달했다. 6·30 북미 판문점 회동 이후 미국 측의 협상 태도와 한미 연합훈련 등을 문제삼으며 대화의 문을 굳게 잠궜던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을 경질하고, 볼턴이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점을 비판하기까지 했다.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 기조가 이전보다 유연해질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의 재개는 후속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올해 다시 만날 의향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그렇다. 어느 시점에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미가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이견을 좁힐 경우 연내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 들어 9번째다. 판문점회동이 열렸던 지난 6·30 서울 정상회담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의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북미 비핵화 대화 진전 분위기가 한미 회담 개최의 결정적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할을 자처하며 북미 대화 재개를 이끌어내기 위해 애를 썼다. 이후 6·30 판문점회동이라는 깜짝 이벤트가 성사되기도 했지만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의 '(비핵화 대화) 계산법' 등을 문제삼으며 다시 대화의 문을 걸어잠궜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의견을 조율하고, 모처럼 만에 조성된 북미간 대화 분위기를 살려 나가도록 미국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이 재개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하노이 회담 이후 제시했던 '굿이너프딜'이 다시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방식을 놓고 팽팽하게 대치해 왔다. 미국은 일괄타결 방식의 '빅딜'을 북한은 단계적 방식의 '스몰딜' 해법을 고수해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북한이 포괄적이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게 하고 스몰딜(영변 핵시설 폐기)을 미국이 수용할 수 있을 만한 '굿 이너프 딜'로 만들어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새로운 상응 조치가 제시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초 북미는 비핵화 조치 이후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지만 합의에 이르는 데 실패했다. 북한은 더이상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 때문에 미국이 제재 완화 대신 '체제 보장'이라는 카드를 내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같은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꽉 막혀 있던 남북 관계를 풀어나갈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당초 청와대는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에 진전이 있어야 북한이 남북 대화에도 나설 여지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은 미국의 동의가 없으면 사실상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둘러 남북 대화를 추진하기보다는 북미 비핵화 협상 지원에 주력한다는 생각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제가 논의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북미 비핵화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하게 소통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재개 필요성을 언급한 점도 주목할만 하다.
문 대통령은 13일 KBS 추석특별기획 '2019 만남의 강은 흐른다'에 출연해 "(남북 사이에) 다른 일들은 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인도주의적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이산이 70년인데 이렇게 긴 세월동안 이산가족의 한을 해결해주지 못 한다는 것,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안 준다는 것은 그냥 우리 남쪽 정부든 북쪽 정부든 함께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시상봉, 화상상봉, 고향방문, 성묘 이런 것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미·남북 대화가 멈춰 있는 상황에서도 남북이 인도주의적 차원의 활동은 함께 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남북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철도 연결 등을 서둘러 추진하기는 어려운 여건일지라도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인 문제에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을 북측에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우리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주의적 목적의 대북 쌀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미 대화 재개로 한반도 주변의 긴장감이 다소 완화될 경우 대북 쌀지원과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을 시작으로 남북간 대화 분위기도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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