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9.09.1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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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나는 요일별로 일하는 시간이 다르고 변동이 잦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친구가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만나는 지인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으시다.

오늘 한 지인과 만났다. 점심을 먹고 차도 마신 후 산책을 했다. 산책길에 시화들이 나를 반겼다. 자연과 시가 어우러져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항상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아. 얼굴이 웃는 상이야.”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지인의 마음이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요즘 우울증 때문에 자살에 이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 모 정치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년 정치생활을 하면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한때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명성과 권력을 쥐었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정치평론가로서 다양한 시사 프로그램에 나오던 그가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날도 여느 때처럼 오전에 시사 방송에 출연했다. 그리고 오후에 갑작스런 죽음을 선택했던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다.

평소 그를 알던 지인들도 그가 극단적인 행동을 할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최근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고 다양한 활동을 해 왔기에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다. 더더욱 죽음을 암시하는 증후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면성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란 우울한 기분이 마치 가면을 쓰는 것처럼 겉으로 별로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을 말한다. 표면적으로는 우울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밑바탕의 원인이나 역동은 일반 우울증과 같으므로 가면 우울증이라고 한다. 타인이 보기에는 그의 삶이 그리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가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울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이다.

가면성 우울증과 유사한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 ndrome)이 있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란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채 겉으로는 항상 웃지만 내면에는 우울함과 무기력과 같은 불안한 심리상태를 경험하는 증상을 일컫는다.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슬픔과 분노 같은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말한다.

일본 오사카쇼인여자대학의 나츠메 마코토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된 용어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르게 항상 웃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느끼는 심리적 불안정감을 의미한다. 실제 감정을 억제한 채 늘 웃는 얼굴로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감정노동자들이나 경쟁에 내몰리는 직장인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스트레스 증상이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항상 쾌활하고 밝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느끼는 심리적 어려움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관찰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내면에는 상당한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심각한 경우에는 자살에까지 이른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직장에서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자신에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웃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기쁨이나 슬픔도 드러내지 않는 로봇처럼 변해가는 건 아닌지.

억지로 웃는 거짓 웃음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참다운 웃음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 보면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건강한 웃음을 갖도록 노력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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