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 공포
저물가 공포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9.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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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지난 8월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965년 국가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가가 처음으로 전 달보다 낮아졌다는 뜻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로 지난해 8월(104.85)에 비해 0.038% 낮아졌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크게 올랐던 지난해 8월에 비해 7.3% 감소해 물가를 0.59%포인트 끌어내리는 일등공신이 됐다. 석유류 제품도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한시 인하의 영향으로 가격이 6.6% 낮아지며 전체물가를 0.3%포인트 떨어뜨렸다.

전문가들이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목소리로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낮은 경제 성장률과 함께 0%대의 물가 상승률 지속을 디플레이션 진입의 신호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경제 진단 결과도 좋지 않게 나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주 발표한 올해 2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 7월 발표한 속보치(기초 통계를 기반으로 전년 또는 전분기 동기 대비 증가율을 계산해 우선적으로 발표하는 수치) 1.1%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된 1.0%로 집계됐다. 하반기에도 미·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 국내 경기의 하방 요인들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한은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2.2%)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명목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격차를 보여주는 GDP디플레이터는 올해 2분기 마이너스 0.7%를 나타내며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분기부터 이듬해 2분기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경제 전문 매체들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유력 경제지는 `마이너스 경제 시대'라는 특집 시리즈 물을 연재하며 디플레이션의 도래와 함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그대로 한국 경제에 닥쳐오고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학자들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주문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의 사례를 주목하며 “한국의 낮은 경제 성장률과 0%대 물가상승률 지속은 디플레이션에 접어드는 단계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준 와세대대 교수는 “일본처럼 (우리나라는) 강한 거품 붕괴를 통한 불황은 아니란 차이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미 일본식 불황에 접어 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당장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교수는 특히 일본이 경기 불황 초기 늑장 대응으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것을 지적하며 한국 정부의 발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저성장 저물가 시대의 도래는 양극화의 심화와 함께 소비 여력의 저하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갑이 얇아진 중산층이 꼭 `필요한 것'만, `싸게' 사려고 하면서 물가가 오르지 못하고 경기 전반이 침체에 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정부가 곧 내놓게 될 부양책에 어떤 해법이 담겨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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