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 쓰나미,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아파트 입주 쓰나미,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9.09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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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요즘 청주 외곽을 자동차로 돌다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보이지 않던 건물들이 거대한 콘크리트벽을 치고 있는 쑥 솟은 풍경이 낯설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야트막한 산이 있거나 논밭이었던 땅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들이 턱 가로막고 있다.

마치 거대한 벽이 길을 가로막고 있는 착각까지 불러일으켜 갑갑하다. 외곽 곳곳이 대형 공사로 파헤쳐지면서 초록이 내뿜던 싱그러움도 사라진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는 청주의 동서남북 어느 방향을 막론하고 비슷하다. 100만 도시인구를 예측하고 우후죽순 늘어난 아파트들이 도시를 삭막하게 에워싸고 있어 콘크리트에 갇힌 기분이다. 청주·청원 통합 후 건축허가가 남발한 탓이라지만 애당초 청주시에 도시계획이란 말이 있긴 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계획도시까지 바라지는 않아도 최소한 살고 싶은 도시로 가꾸려는 노력이라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이처럼 시각적으로도 확 느껴질 만큼 많아진 아파트 건축은 충북지역에 아파트 입주 쓰나미로 돌아오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청주는 2018년 연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사상 최대규모였고, 2020년까지 2만5000세대가 준공되고 입주할 것이라고 한다. 아파트 입주 쓰나미는 여전히 진행 중인 셈이다.

문제는 공급과잉으로 아파트 미분양이 넘쳐나면서 지역경제와 가정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매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내년 입주까지 이어질 경우 `역전세난'과 `깡통전세', `깡통주택'이 더 많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지난 7월 공개한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 자료로도 지역 아파트 입주 대란을 감지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9년 8월~10월(3개월간) 수도권 입주예정 아파트는 5년 평균(4만2000세대) 대비 16.2% 증가했다. 하지만 지역의 경우 2015년부터 입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아파트 과다공급이 전국적인 긴급 사안이란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주택구조는 집값 고리가 연쇄작용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파장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집값은 어느 계층을 막론하고 경제적 부담을 안겨준다.

2017년부터 시작된 아파트 가격 하락은 현재 평균 30% 가까이 떨어졌다. 분양가 이하의 집값에도 매수자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아파트 가격하락과 미분양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건설업체들은 파격 조건을 내세워 아파트 공실 줄이기에 나섰다. 2년에서 5년 동안 세입자가 살아보고 매수하거나, 전세나 월세로 전환해 공실을 막기도 하고, 중도금이나 중도금 이자 없이 입주할 수 있는 파격 조건을 광고하고 있다.

건설업체의 자구책은 그렇다 쳐도 개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고소란히 가정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아파트 전세금보다 낮아진 집값에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환급해줘야 하고, 새로운 거주지 입주를 위해 전세방 값을 빼야 함에도 몇 달간 집 보러오는 사람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렇다고 집주인이 거액의 전세금을 내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보니 2~3달 입주를 못하고 일도 비일비재하다. 더구나 아파트 신규대출이 제한되면서 아파트 거래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 등의 다른 악재와 겹치면서 서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 속에 놓였다. 집을 담보한 구조는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할수록 이 불안을 없앨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법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허가에 방점을 찍을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계획과 대책을 수립해 주택시장을 조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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