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우려 높다
디플레이션 우려 높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09.0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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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치인 0.0%를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가격과 국제유가가 내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1965년 소비자물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이처럼 낮은 상승률은 없었다. 물가가 낮으면 소비자들은 반가워한다.

하지만 정책당국자들이나 경제학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물가가 오르는 건 인플레이션, 물가가 내려가는 건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인플레가 심하면 소비자들이 힘들어한다.

반대로 디플레라고 좋아해야 할까. 이때는 돈 가치가 점점 올라가기 때문에 기업이나 개인이 소비나 투자를 줄이게 되며 이는 생산감소, 재고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먹고살기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은 금리를 올리는 등 경제 정책을 쓰면 다소 완화시킬 수 있지만 디플레이션은 무엇보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심각한 후유증을 낳게 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하반기 경제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다 일본의 무역보복 등이 계속될 경우 직격탄은 한국이 맞을 수밖에 없다.

1년 넘게 지속한 미 중 무역전쟁에서 최대 피해국은 한국이었다. 올 1~7월까지 우리의 대중 수출은 15.2% 감소했으나 일본은 7.2%, 대만은 6.6% 줄어들어 한국의 피해가 가장 컸다.

당초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제품의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수출 주도형 국가 가운데 가장 큰 악영향을 받았음이 드러났다.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일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8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년 전보다 0.04% 하락했다. 정부조차 앞으로 2~3개월간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2분기(한국은행 발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하향 조정된 1.0%로 집계됐다.

낮은 경제 성장률과 0%대 물가상승률이 계속된다는 것은 디플레이션에 접어드는 단계로 볼 수 있다는 게 학자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이런 우려가 나오자 한국은행은 지금 물가상승률만 보고 디플레이션으로 단정하긴 곤란하며, 연말에는 물가가 빠르게 반등하고 내년에는 1%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약화한 영향도 있지만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 요인과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도 물가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현 상황 인식에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다. 저물가가 지속된다는 것은 경제활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나마 떨어진 민간 부문의 성장세를 정부가 재정으로 떠받쳐 왔다. 민간이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데 뒤바뀐 셈이다.

더욱이 하반기 경제는 더 안 좋을 가능성이 크다. 미 중 무역전쟁, 한일 갈등 등으로 대외여건이 매우 불안하다.

정부는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데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다. 4차 산업이나 창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규제를 과감하는 게 혁파해야 한다.

최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경제정책의 성공이 주목받고 있다. 친기업적인 경제정책과 노동개혁으로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내려간다는 것이 가장 큰 업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집권 2년이 지난 뒤에야 빛을 발하기 시작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개혁정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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