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병원 제한 … 지방환자 불만 커질 듯
수도권병원 제한 … 지방환자 불만 커질 듯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9.09.05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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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 발표
대형병원 중증환자 중심 전환 … 100개 경증 질환 분류
동네 병·의원 질적수준 제고는 후순위로 … 차별 논란도
충북 의료계 “진료권 훼손 등 우려 … 쏠림 해결 역부족”
첨부용. 노홍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실장이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9.09.04.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첨부용. 노홍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실장이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9.09.04.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정부가 마련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이 대형병원 환자 쏠림 해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동네 병·의원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방안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지방 거주 환자들의 수도권 대형병원 이용을 제한해 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환자 집중 해소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지난 4일 발표했다.

복지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의 핵심은 환자 마음대로 대학병원을 선택하던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현재는 환자가 동네의원에서 진료의뢰서만 받으면 대학병원을 선택해 진료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대학병원 진료가 필요없는 경증 환자까지 몰렸다.

이에 복지부는 42개 대형 대학병원의 수익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대학병원이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를 진료하면 건강보험공단의 의료수가를 깎고 증상이 심한 환자를 진료하면 돈을 더 줘 중증환자를 많이 진료하도록 하는 것이다.

복지부가 분류한 증상이 심하지 않은 100개 질환은 위장염, 결막염 등이다. 이를 대형 대학병원 평가에 반영한다. 대학병원 진료를 통해 좋아진 환자를 동네 병·의원으로 보내면 점수를 더 주고 동네 병·의원으로 간 환자가 증상이 심해져 대학병원으로 오면 빨리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동네 병·의원에서 대학병원으로 가는 절차도 까다로워진다. 의사가 환자 상태를 보고 추가 치료가 필요할 때만 대학병원에 의뢰하고 이렇게 의뢰한 환자는 다른 환자보다 먼저 진료한다. 수도권 대형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지방 병·의원이 환자를 같은 지역 대학병원으로 보내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처럼 정부가 개선 대책을 내놓았지만 환자 쏠림 해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충북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경증과 중증 중간 단계 환자를 위한 중소병원, 경증 환자를 위한 동네의원이 잘 돌아가게 하는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의 개선대책에는 이런 내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 상태에서 상급종합병원 진료만 제한하면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 불만이 커질 수 있다”며 “환자 집 근처의 동네의원 기능을 살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형 대학병원은 동네병원의 진료 의뢰 없이 건강검진센터, 응급실, 가정의학과 등을 통해 외래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진료의뢰시스템을 강화하면 응급실 등으로 환자가 쏠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복지부는 “지금도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비응급 환자가 응급실을 가면 응급의료관리료를 전액 환자가 낸다”며 “이런 경우 응급실 후속진료, 후속입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이 지방 환자의 수도권 대학병원 이용을 제한하면서 진료권 훼손 또는 차별 논란도 우려된다.

지역의료계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 상당수가 수도권에 있다. 의료 인력 수준 차이도 커 일부 지방에는 간단한 암 수술조차 제대로 못 하는 상급종합병원도 있는 것이 지역의료계의 현실”이라며 “지방 환자를 지역 상급종합병원으로 유도할 때 인센티브를 주면 환자가 병원을 떠도는 일이 늘어날 수도 있다. 지방환자의 진료권 훼손 또는 차별 논란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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