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전관예우
기자와 전관예우
  •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19.09.0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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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HCN충북방송 대표

 

#제 친구 중 대기업 홍보맨으로 상무까지 올라간 사람이 있습니다.

그 친구가 저에게 “전생에 나쁜 짓을 한 번 했으면 기자로 태어나고 나쁜 짓을 두 번 했으면 홍보실 직원으로 태어난다”며 “만약 전생에 나쁜 짓을 세 번 했으면 기자를 하다 홍보실로 옮긴다”고 우스갯소리를 건넨 적이 있습니다.

이 농담에는 홍보 업무가 얼마나 힘든지 하소연하는 내용과 함께 기자에서 홍보실로 자리를 옮긴 홍보맨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그 친구가 부장 시절 홍보담당 임원으로 중앙일간지 기자 출신 간부가 발령받았지만 기자들이 비판 기사를 계속 쓰자 이런 농담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고 합니다.

현직 기자로 활동할 당시 스스럼없이 어울리던 동료 기자들이 막상 홍보실로 자리를 옮기면 서운함을 느끼게 할 정도로 `전관예우'가 없다는 것입니다.



#국내 굴지의 한 로펌에 판사 출신 지인이 취업해 축하의 자리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로펌인 만큼 판사 출신은 물론 검사 출신 변호사도 많은 것은 당연하지만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정부 중앙부처 출신 공무원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반면 언론계는 `전관예우' 관행이 별다른 효과가 없기 때문에 기자 출신은 로펌에서 인기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예비주자들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벌써 기자들을 영입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미 제 초등학교 동창인 A 전 기자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에 앞서 대학교 선배인 B 전 기자가 또 다른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임명되는 등 전·현직 기자들의 이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각 선거캠프마다 전직 기자는 물론 현직 기자까지 영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언론계를 떠난 후배들도 있습니다.

제 주변에선 2명이 자치단체장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다 그 캠프 후보가 당선되자 보좌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긴 기자들은 홍보 업무를 맡지 않더라도 필연적으로 취재하는 기자들과 만나게 되고 인연을 맺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현직에 있을 때와 확연히 바뀐 상황에서 당황할 수 있지만 `전관예우'가 없다고 굳게 마음을 먹는다면 상처를 받을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내년 총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전·현직 기자들이 선거 캠프로 계속 이동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전관예우는 기대하지 말라. 그리고 법조계의 전관예우가 비난을 받듯이 언론계의 전관예우 역시 좋은 것이 아니다”

/HCN충북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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