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에서는 매년 9월 초가 되면 큰 잔치가 열린다. 바로 청주읍성큰잔치로, 올해도 어김없이 9월 7일(토)부터 9월 8일(일)까지 청주 중앙공원 일원에서 개최된다. 이 잔치는 430여년 전 왜군으로부터 청주성을 탈환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로, 청주성 탈환 퍼포먼스, 의승병 추모대제, 읍성 퍼레이드 등 그날의 청주성을 잊지 않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로 구성되어 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난 지 20일 만에 조선의 심장이 함락당했다. 왕은 한양을 버리고 의주로 피난하였으며 관군들은 연전연패하며 파죽지세로 북상하는 왜군을 막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이들을 가로막고 기세를 꺾은 것은 바로 삼남지방에서 일어난 의병(향병·승병)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충청권인 금산과 청주에서 일어난 전투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전투에는 연관성이 있는데 그 연결고리가 바로 의병장 중봉 조헌 선생이시다. 율곡 이이의 제자이자 서인의 수장으로 조정에서 활약하던 조헌은 중앙정치를 떠나 옥천으로 내려와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옥천에서 1,6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의병단을 구성하여 왜군과 맞섰다. 첫 번째 전투에서 청주성을 탈환하고 이후 700명을 이끌고 금산으로 내려가 전원이 장렬하게 산화함으로 나라에 대한 충절과 헌신을 상징하는 인물로 현재까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청주성 전투는 임진왜란 발발 이후 왜군에게 빼앗긴 읍성을 조선의 의병이 합세하여 탈환한 최초의 전투로서, 많은 전국의 의병들이 분연히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임진왜란 초기 왜군은 세 갈래로 나누어 한양으로 진격하였다. 청주는 왜군 제3군이 진군한 3로에 위치한 요충지였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청주 백성은 나라와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일찍부터 의병을 일으켰다.
청주는 예부터 국토의 중앙부에 있는 교통의 요지로, 땅이 넓고 인구가 조밀하여 조선시대 지리지에 나타난 청주목의 호수·인구·전결(농지) 수만 보더라도 공주와 충주에 이어 충청도에서 세 번째로 큰 고을이었다. 특히 인구에 비해 전결이 가장 많은 고을 중 하나로 조선 전기 평양·해주·함흥·평산 다음으로 전결 수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충청도에서 가장 많은 군병이 위치하여 조선 전기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인식되었다. 왜군이 한양을 20일 만에 함락한 후 이렇다 할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다시 전군을 추스를 때 청주지역을 중요하게 여긴 이유가 바로 이러한 지리적·경제적 중요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청주성을 탈환하는 것은 단순히 작은 읍성 하나를 탈환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진왜란 초기 승기를 크게 가져 오는 주요한 전투이기도 했다.
청주성 전투에는 조헌의 의병 외에도 영규대사의 승병, 박춘무를 중심으로 한 청주지역 향병이 함께하였다. 이들 연합군은 9월 6일(음력 8월 1일) 일제히 청주성을 공격하여, 9월 7일에 청주성을 탈환하였다. 청주성 탈환은 비단 하루 만에 이루어낸 결과가 아니라, 한 달여간 지속된 전투의 결과였다. 청주지역의 의병은 지역을 지키는 한편, 임금을 수호하기 위해 청주 외 지역에서 다른 지역 의병들과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등 청주성을 함락당한 초기부터 활발하게 움직였다.
최근 일본의 부당한 경제제재와 거듭하는 망언에 국민이 힘을 합쳐 불매운동을 시작한 것처럼, 430여 년 전 그때도 나라를 위해 앞장섰던 것은 이름 없는 민초 한 명 한 명이었다. 그래서인지 매년 돌아오는 청주읍성큰잔치가 이번에는 조금 달리 느껴지는 거 같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이번 주말, 1592년 9월 6일 그날의 청주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