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말벌의 침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말벌의 침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9.09.0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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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올해 추석은 예년보다 빠르다. 덕분에 조상님들 산소 벌초도 앞당겨졌다. 예초기 칼날이 말벌 집을 건드렸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 십마리 말벌이 윙윙대며 난리다. 곤충 퇴치제를 뿌려댔지만 한 마리가 무릎 근처를 또 한 마리가 뒤통수를 쏘았다.

말 벌이란 놈은 어떤 놈일까? 왜 이렇게 독이 강할까?

말벌은 벌목 말벌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우리 조상은 말벌을 크기와 형태에 따라 말벌과 땅벌, 쌍살벌등 세 가지로 구별했다.

말벌의 `말'은 `크다'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말벌은 가장 큰 장수말벌부터 크기순으로 꼬마장수말벌, 말벌, 좀말벌, 등검은말벌, 검정말벌, 털보말벌등이 있다. 땅벌은 땅속에 집을 짓는데 말벌에 비해 아주 작은 편이다. 쌍살벌은 몸이 날씬하고 땅벌보다 조금 크나 말벌보다는 작은 편이다.

이중에 벌초 때 벌쏘임 사고를 일으키는 놈은 주로 말벌종류다. 장수말벌과 꼬마장수말벌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최근 외국에서 들어온 등검은말벌이 전국으로 퍼져 양봉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말벌은 꿀벌과 달리 포식성이다. 다른 곤충을 잡아 강한 턱으로 짓이겨 애벌레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사용한다. 때문에 해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곤충이기도 하지만 꿀벌을 공격해 양봉업자에 많은 피해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수액이나 과일즙 꿀을 먹고 산다. 겨울이 다가오면 꿀벌의 여왕은 어린 일벌과 같이 겨울을 지내지만 말벌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러나 말벌은 가을에 여러 마리 여왕벌을 만들고 이들은 수벌과 교미를 끝내고 땅속이나 나무 틈에서 겨울을 지낸다. 다음해 봄이 오면 여왕벌 혼자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일벌을 키우고 이들과 함께 세력을 늘려 나가는 것이다.

말벌 독은 왜 독할까?

말벌에 피해를 주는 동물은 오소리와 곰이나 사람 같은 포유동물뿐이다. 이들을 방어하기 위해 말벌들은 독을 강화해 왔고 곰의 털처럼 검은 부분을 집중 공격하는 것이다. 말벌의 침은 빠지지 않고 주사기처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기에 더 위험하다. 장수말벌은 꿀벌 500마리의 독과 맞먹는 독성을 갖고 있는데 말벌의 독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과 여러 가지 물질로 되어있다.

말벌의 독에 대한 반응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말벌의 독보다 독성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더 위험하다. 온 몸이 가렵고 호흡이 가빠지며 경련을 일으키는 과민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서 알레르기 억제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늦으면 6시간 후에도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말벌의 공격을 어떻게 피할까?

말벌은 건들지 않으면 크게 공격하지 않는다. 실수로 건드리게 되면 정찰병이 위협비행을 하게 되는데 이때 빨리 20~30m이상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검은 색보다 밝은 색 옷이나 모자를 쓰는 것도 벌 쏘임을 피하는 한 방법이다.

양봉을 하면서 꿀벌에 많이 쏘여 보았고, 어쩌다 말벌에도 쏘여 봤기에 병원 가는 것을 마다하고 쉬었다. 작은 망치로 두들기는 것처럼 통증이 온다. 얼음찜질을 하니 나아졌다. 이제 6시간이 지났으니 괜찮겠지? 여러분들이라면 나처럼 미련떨지 말고 즉시 병원으로 달려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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