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령비현령식 고위 공직자 기준
이현령비현령식 고위 공직자 기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9.03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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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고생하면 낙이 온다고 했다.

노력하면 볕 뜰 날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선한 끝은 있다는 말도 수없이 듣고 자랐건만 현실은 달랐다.

개미같이 살아도 제자리걸음이고, 기술만 있으면 밥 먹고 살 줄 알았는데 자격증 수십 개 있어도 대학 졸업장만도 못했다.

열심히 사는 것은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에 불과했다.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11시간 이어진 기자회견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고 벼르던 조 후보자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기대했던 국민은 “혹시나”가 “역시나”였음을 깨달았다.

조 후보자는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입시 특혜, 장학금, 가족 펀드 등 각종 의혹에 대해 대부분 “나는 잘 몰랐다”고 답변했다. 딸의 단국대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문제에 대해서도“지금 시점에서 보면 저도 좀 의아하다”며“왜 제1저자가 됐는지 저희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1년간 800여만원의 장학금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누가 장학금을 신청했는지 모른다”면서 “아이가 동창회 측으로부터 선정을 연락받았다. (장학금 수여) 기준과 사유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는 기자회견 마지막 말로 “상실을 느낀 청년을 보며 부끄러움을 깊이 간직한다”면서 “공직자는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게 의무라 생각하고 자리에 걸맞은 막중한 책임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국(개인)을 위한 소명(疏明·자신과 관련된 일의 내용이나 원인 따위를 풀어서 밝힘)하는 자리에서 조국(국가)을 위한 소명(召命·어떤 일이나 임무를 하도록 부르는 명령)을 논하고 있으니 눈치가 없는 것인지, 눈치가 빠른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

제대로 된 고위 공직자를 발탁하기 위해 5대 기준(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7대 기준(5대 기준+음주운전, 성범죄)을 마련해도 소용없다. 그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임명되는 인사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고위 공직자로 살아남는 비결은 의혹이 제기된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망신한 번 당하면 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서민들은 궁금하다. 고위 공직자 후보로 지명된 인사들은 어째서 가만히 있어도 재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고, 후보자도 모르게 안 낸 세금이 그리도 많은지 알고 싶다. 주변엔 군대 안 간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데 후보자들의 자녀는 아픈 곳이 왜 그리 많고, 후보자로 지명을 받으면 너도나도 사회에 재산을 기탁하겠다는 것인지도 묻고 싶다.

부모도 모르게 SCI급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주는 교수, 유급을 당해도 열심히 공부하라고 6학기 내내 장학금을 주는 교수,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장학금 대상자로 선정해 주는 대학이 우리나라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최근 교육계를 떠나 두 달째 제주살이를 하는 지인과 통화를 했다. 구부러질지언정 굽히지는 않겠다는 소신으로 30여 년 공직생활을 한 그는 요즘 제주살이를 하면서`오름' 오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소소한 행복을 찾아 노후를 보내고 있는 그를 고위공직자 7대 기준 잣대를 들이대면 어느 하나 부족한 게 없다.

국민 대다수가 법을 지키며 고위공직자 기준을 갖추고 있는데 정작 후보자들은 어느 하나 충족하기가 쉽지 않으니 이상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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