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숙제
교육부의 숙제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9.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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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교육부가 졸지에 숙제 하나를 떠안게 됐다. 대학 입시 제도를 뜯어 고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숙제를 내 준 `선생님'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1일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가진 당정청 관계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대학 입시 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발언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대학 입시 관련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첫 반응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그동안 10여일 이상 지속된 조국 후보자 딸의 입시 관련 의혹에 대해 침묵을 지켰었다. 그러다 이날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대통령은 입시 제도의 개선 요구와 함께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의중도 처음으로 내비쳤다.

대통령은 조 후보자 검증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여야의 대치 상황을 두고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위해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됐는데 이것이 정쟁화 돼버리면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언론들은 이 발언을 두고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야권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왔다. 자유한국당의 전희경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불법적 특권을 누린 조 후보자와 일가의 죄를 제도 탓으로 떠넘기는 매우 비겁하고 교활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달나라에 가 있다. 느닷없이 대학 입시 제도를 가져와 조 후보자 의혹과 국민 공분에 물타기를 해야 하는지 유감”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의 언급을 `마이동풍에 동문서답'이라고 깍아 내렸다.

또 “대통령으로서 공감능력이 제로”라며 “(조국) 후보자의 특권, 반칙, 불법에 국민이 치를 떨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이어 조국 후보자의 딸의 특혜 의혹에 대해 “인턴 2주 만에 논문의 제1 저자가 된것, 자격 없는 장학금을 연거푸 받은 것. 이런 반칙과 특권이 입시제도 때문이었나”라고 반문한 후 “그런 반칙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자기 노력과 실력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논문을 쓰는 학생들은 어떤 입시 제도에서도 하지 않는 반칙”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국 후보자를 겨냥해 “10년 전 그 당시 입시제도에서 어느 학생, 어느 학부모가 저런 파렴치한 짓을 했다는 말인가”라며 “지독한 특권의식에다 가증스러운 위선으로 살아온 사람만이 저지르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이 시끄러워진 와중에 이래저래 바빠진 곳은 애먼 교육부다. 늘 하던 일이 입시 제도 개선이었는데 이번엔 `대통령 지시 사항'이란 큼지막한 꼬리표를 달게 됐다. `어명'이니 결과물도 제대로 내놓아야 할 것 같다. 대충 했다간 불호령이 두려운 게 아니라 직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교육부가 정말 입시 제도 따위나 손을 볼 까봐다. 100년, 아니 그 이상, 1000년 앞까지 내다보고 수립해야 할 교육 정책이 대학 입학이 교육의 전부가 되어버린 잘못된 현재의 교육 현실을 그대로 수용해 입시 제도나 땜질 처방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은 아닌지.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고, 학교에서 사교육을 권장하고, `인서울'만이, `SKY'만이 지상의 목표가 되어버린 학생들. 대학 입시 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국가 교육 정책의 정비와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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