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사진연구회 `청주의 숨소리'
청록사진연구회 `청주의 숨소리'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19.09.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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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를 말하다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사진가는 감각주의자이며 시각전달자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긴 안목으로 아름다움과 감성을 심어주고 일깨워준다.

평범한 사람들의 모임 청록사진연구회가 청주를 주제로 해 기록, 일상, 순간, 우연성을 시각적으로 다양하게 이미지화한 `청주의 숨소리'를 보여 주었다.

사진가가 사진을 찍는다함은 흐르는 시간을 담는다는 의미 안에 깊숙히 스며 있는 매개체를 역사에 남기는 것이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물은 사진 속에서 다시 생겨나고 세월의 페이지 안에서 증언하게 된다. 사진의 성격상 사물의 서로 서로가 하나의 부분으로 얽히고 어우러져 독립적 특성을 자아내게 된다.

30여년 동안 갈고 닦은 지식을 열과 성으로 버무려 이번에 내놓은 `청주의 숨소리'는 그러한 의미에서 뜻이 깊다.

사람들이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 동안 맑고 흐린 날의 좋고 나쁨이 얼마나 있을까에 가늠할 수가 없지만 마냥 뒤엉켜 돌아가는 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향기로움과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한 삶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라 하지만 사진이 순수한 사진 속에서 켜켜이 쌓이고 쌓여 현재를 먼 훗날 옛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고 하면 작품성이나 예술성이 있고 없고를 따지기 전에 정겨운 사진 자체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청주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젊음과 노년의 인생을 다보내고 난 후에도 그의 숨결은 영원히 이곳 저곳을 말해 준다면 그 무엇보다도 값지다.

시대에 쫓기고 세파에 쪼들려 살았어도 그 시대의 청주가 하나같이 제 안의 그리움으로 남아 있지 않고 생생하게 사진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데 사진작업의 중요성은 한층 크다.

사진은 의식하고 찍은 현실 속에 미처 의식하지 못한 현실까지 담겨 그 메시지가 다양한 특성 언어로 이뤄지고 있음이 다른 무엇보다도 매력적이다.

`청주의 숨소리' 사진전은 청주를 상당구, 청원구, 서원구, 흥덕구로 하여 저마다의 익숙한 시각으로 표현했다.

청주 곳곳에 산재해 있는 거리, 빌딩, 건물, 실내외와 구조물, 사람들과 일상생활 속에 스며져 돌아가고 있는 자연들에 카메라를 미리 준비된 지식과 열정으로 녹여낸 사진 한장 한장이 놓치지 않을 집중력을 발휘하게 했다.

이제까지의 밋밋한 작업이 아닌 카메라로 할수 있는 모든 기술도 전시된 사진들을 하염없이 읽어 들여다 보게 되었다.

기하학적 구도와 다중 촬영된 사진 외에 순수하게 현실성과 비현실성을 서로 묶어 완성된 사진들이 작업자와 관람자의 만남 속에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었다.

김동임의 건축 구조물이 질서있게 맞물려 구성된 사진, 윤현숙의 건물이미지, 한동환의 이분화된 풍경, 민소휘의 실내건축, 유승원의 빛과 장식물의 조화, 소병기의 자연풍경 등은 또다른 카메라의 성숙한 실력을 보여줬다.

이밖에도 도시의 발전되고 변화되어 가는 시간들 또한 작은 눈짓, 은근한 속삭임으로 사진가 개개인의 언어로 풀어냈다.

여기에다 밤과 낮, 아침 저녁에 한낮의 청주를 다양하게 표출해 내 청주가 이렇게 멋진 곳이었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새로 짓고 허물어져 다음을 미추하게 하는 사진들에서 청주의 내일을 유추하게 하는 사진들도 있어 발전되어 가는 세월을 음미하게도 했다.

이번 `청주의 숨소리' 사진전은 앞으로 사진가들에게 어떠한 사진 작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던져주는 의의도 크다.

별의미없이 어울려 수많은 사람이 찍고 또 찍은 곳을 복사하듯이 찍어 자기 사진입네하는 안일하고 소극적인 사진가의 자세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라고 일깨워준 청록사진연구회 회원들이었다.

사진을 찍을 때는 하나의 사물을 다른 사물들에서 분리하여 저마다의 색다른 사진으로 해야 한다.

남들과 같지 않은 소재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고 연구·기획해 사진가 자신만의 사상이 스며 있는 사진이어야 작품 예술성이 있다. 신경윤 지도위원은 말했다. “회원의 자율성을 강화해 주면서 저마다의 사진 작업 자세를 늘 새롭게 이끌어 주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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