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 2
인생길 2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19.09.0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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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 이야기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연기와 새처럼 날아다닐 수 있는 것만이 지날 수 있는 길이었던 촉도에 마침내 걸어다니는 존재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뚫리게 되었다.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도 지나기가 어렵다는 촉도를 도대체 누가 어떻게 사람이 지날 수 있게 닦았단 말인가? 숱한 역경을 뚫고 엄청난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촉으로 가는 길(蜀道難) 2

地崩山摧壯士死(지붕산최장사사) 땅 무너지고 산이 꺾이고 장사가 죽어서야
然后天梯石棧方鉤連(연후천제석잔방구련) 사다리와 돌길이 비로소 놓였다네
上有六龍回日之高標(상유륙룡회일지고표) 위로는 육룡이 해를 둘러싸는 정상을 알리는 표시가 있고
下有沖波逆折之回川(하유충파역절지회천) 밑으로는 물결을 찌르고 거슬러 꺾어지는 돌아가는 냇물이 있네
黃鶴之飛尙不得(황학지비상부득) 황학이 날아도 이르지 못하고
猿?欲度愁攀援(원노욕도수반원) 원숭이가 건너려 해도 걱정스러워 나뭇가지를 휘어잡네

촉도가 높고 험한 곳임을 장황할 정도로 묘사하고 있지만, 여기서 시인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은 무너져 내리고, 우뚝한 산의 허리는 두 동강으로 꺾여 나간 것은 결코 자연현상이 아니고 사람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 도무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사람이 해낼 때는 그만한 고통과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 중에서도 가장 강한 장사들이 부지기수로 죽어나갔는데, 그러고 나서야 겨우 절벽을 연결하는 사다리와 절벽 허리를 밟고 지나는 길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시인은 촉도가 개척되는 험난한 과정을 말하고 있지만, 독자들은 사람들이 극한의 역경을 극복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어렵사리 이어진 길을 시인은 직접 올라 살펴볼 기회가 있었던 듯하다. 고개 들어 위를 바라보니, 바로 하늘나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말로만 듣던 하늘나라 모습이 실제로 시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여섯 마리 용이 해를 끌고 왔다가 돌아가는 표지가 보인다고 한 것은 촉도의 높이를 과장과 유머를 섞어서 표현한 것이다. 아래로는 심한 굴곡과 절벽을 타고 흐르면서 소용돌이치는 물결이 보였다. 여차 하여 발을 헛디뎠다가는 바로 세상을 하직해야 하는 아찔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하늘나라에 날아갔다는 전설을 가진 황학도 이곳은 날아오를 수가 없었고, 바위를 오르고 나뭇가지를 붙들고 절벽 틈을 건너는 데 명수인 원숭이조차도 기어오를 수 없었던 이유를 시인은 직접 눈으로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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