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문화도시로 가는 길
청주, 문화도시로 가는 길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9.0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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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주연초제조창이 오는 10월이면 문화제조창C로 거듭난다. 담배공장이라는 묵은 이름표를 떼고 문화공장으로 복합문화공간의 위상을 드러낼 날을 기다리고 있다.

문화제조창C에 대한 관심은 안팎으로 크다. 1946년에 건립돼 50여 년간 지역경제의 젖줄 역할을 했던 이 건축물은 국내 제1호 담배공장이기도 하지만 전국적인 개발 붐에도 헐리지 않고 버텨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발산했다. 2004년 공장 가동이 멈추고 나서 숱한 개발 압력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새로운 청주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면서 대면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문화공간이라는 타이틀로 개관을 기다리고 있지만, 대형 공공건축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시킨 이 사업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됐다. 청주시에서는 덩치 큰 연초제조창 활용을 위해 민자를 유치했고, 1000억 원이 넘는 비용 조달을 위해 시와 주택도시기금,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출자해 `청주 문화제조창 리츠'를 설립해 공간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이 구도심 지역경제활성화가 주요 목적이다 보니 문화와 경제가 부딪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각에서 경제 분야로 국비를 지원받았으니 경제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도시재생사업에 민자 유치가 더해지면서 공공서비스 공간에 대한 운영의 모순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문화제조창C 내에 복합커뮤니티 시설로 조성된 열린도서관이 그중 하나다. 시에선 기존의 도서관 개념을 전복시키는 혁신적인 도서관을 위해 34억 원을 지원해 열린도서관을 조성했다. 도서관 안에 서점, 어린이 놀이터, 증강체험실, 식음료점 등 여러 기능을 갖추고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야심 차게 공공의 서비스 차원에서 혁신적인 도서관을 조성했지만, 월 2000여만 원이 넘는 관리비와 임대료가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공간을 위탁받을 사업자가 최소 매월 3000만 원의 수익 창출이 보장돼야 운영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역 소규모 서점이나 협회가 위탁자로 뛰어들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청주지역서점조합이 위탁 운영에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매월 예상되는 지출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처지다. 이 과정에서 시는 출판사인 시공사 계열의 오프라인 서점 북스리브로와 위탁운영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단체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시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만큼 대형유통업체 입점이 운영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견해지만, 시민단체는 중앙정부에서도 지역서점 살리기에 힘을 쏟는 정책을 펴는 것과는 모순된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2일 북스리브로처럼 대형유통자본이 지역의 상생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라는 것과 북스리브로 지분 대부분이 전두환 일가의 것이라며 협의 대상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한 대형유통이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를 제공한다고 해도 이득은 역외유출의 절차를 밟을 것이며, 독재자 자손의 살만 찌우는 진정 지역발전과는 거리가 멀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민자유치의 한계가 공공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오랜 숙원처럼 문화제조창C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은 청주를 대표하는 상징적 문화공간으로의 위상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와 동부창고를 잇는 거대한 문화벨트는 청주를 변화시키고 새롭게 끌고 가는 지역경제의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문화 속에 시민이 주체가 되어 동참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지자체의 역할이다. 지역과 지역민이 함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도 청주가 문화도시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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