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서와 공분
국민정서와 공분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08.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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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군복무', `자녀교육', `친일문제'

농담으로라도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되는 한국인만의 특별한 키워드이다. 다른 말로 국민정서라고 할 수 있다.

유력한 대권후보도 아들의 군면제문제가 불거지며 결국 낙선했고, 교수 엄마가 만들어 준 스펙으로 부정하게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대학원생의 입학 취소에 국민들이 환호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인들의 일본정부와 극우인사들에 대한 반감도 군복무나 자녀교육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때문에 공인들에게 있어 일본 관련 발언은 매우 조심스러운 주제임이 분명하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반일감정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같은 시기라면 일본 관련 발언은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실수라도 했다간 `토착왜구'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토착왜구(土着 倭寇)는 자생적인 친일 부역자를 뜻하는 사어였다가 최근 들어 다시 활성화된 표현이다.

이런 가운데 정상혁 보은군수가 “한국 발전의 기본은 (일본으로부터) 5억 불(달러) 받아서 했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라는 등 일본정부의 논리를 옹호하는듯한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도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반일감정이 어느 때보다 높은 민감한 시점에 친일로 해석될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을 해 시민단체와 정치권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정 군수는 지난 26일 울산 남구에서 열린 `보은군 이장단 워크숍'에서 이 같은 말을 했다.

1시간이 넘는 정 군수 발언의 대부분은 `일본인들은 이렇게 생각하더라'라는 일본인의 말을 전달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특히 그는 위안부문제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드 볼 아시안게임 때 만난 일본인이 “ `위안부 그거 한국만 한 거 아니다. 중국도 하고, 필리핀도 하고, 동남아에서 다했지만, 다른 나라에 배상한 게 없다. 한국에만 5억 불 줬다. 한·일 국교 정상화 때 다 끝났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강연했다.

정 군수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넘어 국민적 공분의 대상으로 떠오르자 “보은군민이 아베 정권에 대해 잘 알고 규탄하는 데 힘을 모으자는 의미에서 한 발언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오해를 빚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에서 진정성보다는 다급함만 엿보인다.

이장단 워크숍에서 왜 위안부문제가 언급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피해자의 시각의 아닌 가해자의 시각으로 말이다.

일본인이 정 군수를 만나 한국에만 5억 불을 줬다고 거들먹거렸다면 그게 화를 내고 따질 일이지 머릿속에 기억해뒀다가 이장들에게 교육할 내용인지도 의문이다. 그 일본인의 잘못된 역사관을 충북도내 유일의 현역 3선 기초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바로잡아줄 수는 없었는지도 궁금하다.

정 군수의 해명이 맞는지는 독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떠돌고 있는 정 군수의 강연내용을 들어보면 판단할 수 있다.

`보은군수'라는 키워드가 28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권에 포함됐다. 국민정서가 바닥부터 끓고 있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분명한건 보은군수는 국민적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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