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진로선택을 가르는 요인은?
우리의 진로선택을 가르는 요인은?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9.08.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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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올 초 독일직업교육연구소(Bundesinstitut fur Berufsbildung, 이하 BIBB)는 대학 진학과 직업교육 중 어떤 진로를 택하며 그 진로를 선택하도록 촉진한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BIBB는 17~18세의 인문계 중등학교 졸업반의 2,500명 학생을 대상으로 이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연구대상의 16%가 직업교육을, 84%가 대학 진학의 진로를 선택하였다. 이 연구는 대학 진학의 가능성이 다양하게 열려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어떤 진로를 선택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촉진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것으로, 촉진 요인으로 확인된 것을 제시하면 사회적 환경의 영향, 비용, 필요성, 기회 예측 등이었다.

연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청소년의 진로는 학부모의 기대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대학 진학을 선택한 학생의 경우 부모님이 대학 진학 대신 직업교육을 기대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직업교육을 선택한 학생의 경우 직업교육을 통해 부모의 직업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의 직업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학생의 개인적 흥미와 목표 외에도,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상황이나 환경도 진로 선택의 중요 요인이 됨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을 학생이 인지한다면 진로선택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소는 밝혔다.

대학의 가치와 관련한 인식 조사도 함께 이루어졌는데, 대학 진학을 선택한 학생은 물론 직업교육을 선택한 학생도 대학교육의 높은 가치는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직업교육 희망 학생은 직업교육을 대학 진학과 마찬가지로 가치 있게 판단하고 있었으며, 학생이 직업교육을 고려할 확률은 직업 전망이 매력적이라고 확신하는 경우에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IBB에 따르면, 직업교육 후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안내가 직업교육의 매력 증가에 기여하였다.

BIBB 소장 프리드리히 후버트(Friedrich Hubert)는 연구대상이었던 2,500명 중 16%만이 직업교육을 선택한 상황을 언급하면서 직업교육의 매력이 감소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업의 가치에 대한 사회 전반에 걸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직업교육의 매력 문제에 대한 깊이와 범위를 인식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치를 고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우리의 진로교육에 적용해보면, 학생들은 자신의 직업적 전망이 더 구체적일수록 직업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커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학교 교육 단계에서 다양한 직업에 대한 전망을 논의하거나 일러줄 필요가 있으며, 진로관련 국책 연구기관을 통해서도 다양한 자료를 받아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또한 직업교육을 선택한 학생들도 대학교육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인식을 볼 때,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 중인 먼저 취업하고 후에 이를 보완할 대학공부를 이어가는 정책도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학생이 자신의 진로로 대학 진학을 선택하거나 직업교육을 선택하는 촉진 요인으로 학생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결과를 볼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학부모를 비롯한 사회적 환경이다. 부모, 가족, 선생님, 친구 등 긴밀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긍정적이면서도 진취적인 기대 행동을 보이는 것이 진로를 선택하고 개척해가는데 매우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여름방학을 마치고 대부분 학교가 일상의 삶으로 돌아왔다. 가을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일로 바쁘지만, 오늘 내가 건넨 말 한마디가 학생과 친구의 진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기억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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