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예술가의 30만명과 30만원
어느 예술가의 30만명과 30만원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19.08.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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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지난 4일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전시를 마감한 `데이비드 호크니전'에는 전시기간 4개월 동안 관람객 30만 명을 돌파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멤버 중 미술애호가인 리더 RM이 관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화제가 됐다.

필자 역시 30만 명 중의 한 명으로 전시기간 두 차례 현장 스케치와 작품전시를 관람했다.

최근 들어 가장 인기 있는 미술 전시로써 모처럼 미술계에 즐거운 소식을 전한 건 사실이다. 얼마 후 지난 18일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다.

2009년 서울 종로구 옥인시범아파트 철거를 계기로 형성된 작가그룹인 옥인콜렉티브의 이정민(48)·진시우(44) 부부 작가가 숨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들 부부작가의 작품은 도시재개발의 문제점과 이를 통해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 문제, 부당해고를 개인과 공동체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작업들을 해왔다.

작년 1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예술적 역량을 인정받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옥인콜렉티브가 제작하는 작품들은 특성상 판매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것으로 다른 보통의 대한민국 예술가들처럼 평소 생활고를 겪어 왔을 것이다.

이정민·진시우 부부작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함께 활동한 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담은 예약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옥인의 내부 문제를 전해 들은 분들께 의도치 않은 고통을 드려 죄송하다. 운영을 맡아온 저희 방식이 죄가 된다면 이렇게나마 책임을 지고자 한다”며 “더 이상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저희 잘못이고 온 힘을 다해 작업을 해왔던 진심을 소명하기에 지금은 허망함뿐이다.

바보 같겠지만 `작가는 작업을 만드는 사람', `예술이 전부인 것처럼 사는 삶'이라고 생각했다”는 내용의 글은 필자의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거운 아픔을 느끼게 했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예술가가 예술 활동을 통해 얻은 1년간 총 수입이 평균 868만원이며 작가들이 사용한 재료비는 1년 평균 500만원 정도이다.

한 달에 수입이 30만원이 안 되는 게 현실 속 예술세계이다.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한 달을 버티고 일 년을 버티며 그렇게 세월 속에서 예술작업을 한다.

3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한 성공적인 미술전시회가 열렸던 서울 한복판에서 한 달에 30만원도 못 버는 촉망받던 예술작가 부부는 예술이 전부인 것처럼 사는 삶을 마감했다.

“예술 하는데 왜 생계를 걱정해야 되죠?”라는 프랑스 어느 예술가의 말이 생각났다.

예술가들에게 매달 1800유로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프랑스의 앵테르미탕제도 덕분이다.

프랑스를 프랑스답게 만드는 예술복지제도가 정착되기까지 오랫동안 예술의 공적 가치를 공유하며 지난 100년 이상 지속해 온 싸움의 결과라고 한다. 그리고 그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프랑스인들은 알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계에 촉망받던 2명의 작가를 이렇게 허망하게 보낼 거라 생각도, 상상도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예술의 공적, 사회적 효과에 대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며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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