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울려 퍼진 '아리랑·대한독립 만세'
러에 울려 퍼진 '아리랑·대한독립 만세'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8.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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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교육도서관 주최 2019 사제동행 인문행성
항일 독립운동 발자취를 따라서 - ② 러시아
폭우속 크라스키노 안중근 의사 단지동맹비 참배
블라디보스토크 거리서 아리랑 플래시몹 개최도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기념비.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기념비.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은 러시아까지 이어졌다. 3·1운동 100주년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중국과 러시아를 탐방하는 2019 사제동행 인문행성(8월 12~19일) 참가단 중학생과 교사 60명은 광복절인 지난 15일부터 중국 훈춘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이동해 4박5일 동안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무대를 돌아봤다.

#러시아 곳곳에 남은 독립운동가들의 흔적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후 러시아에 도착한 참가단은 가장 먼저 크라스키노에 있는 안중근 의사 단지 동맹비를 찾았다. 안 의사가 무명지를 끊고 독립을 위해 헌신할 것을 맹세한 단지동맹을 기린 동맹비는 폭우로 젖어 있었다.

학생들은 준비한 흰 국화 한 다발을 동맹비 아래 놓고 참배했다. 광복을 위해 이국땅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눈물을 떠올리며 만세 삼창을 외쳤다.

러시아 크라스키노에는 1863년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함경도 농민 13세대가 두만강을 건너 정착한 극동 러시아 최초의 한인 마을인 지신허 마을 옛터가 있다. 차창 밖 너머의 옛터는 과거 극동 러시아에서 가장 큰 한인 마을 중 하나였다.

어둠이 깔린 우스리스크 라즈돌리노예역은 스산했다. 1937년 9월 소련은 스탈린의 명령으로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집단 이주를 해야 했던 고려인들의 눈물처럼 빗줄기는 더욱 거셌다.

참가단들은 우스리스크역에서 밤 10시 45분 하바롭스크행 횡단 열차에 몸을 실었다. 좁은 침대칸에 몸을 누이고 보니 82년 전 강제로 터전을 떠나야 했던 고려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16일 오전 8시 45분 도착한 하바롭스크에서도 비는 그칠 줄 몰랐다.

(위) 블라디보스토크 아르바트 거리서 아리랑 플래시몹 펼치는 학생들. (아래) 독립운동가 최재형 박물관.
(위) 블라디보스토크 아르바트 거리서 아리랑 플래시몹 펼치는 학생들. (아래) 독립운동가 최재형 박물관.

 

#기억하면 잊혀지지 않는 역사
하바롭스크에서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이끈 김 알렉산드라 선생이 근무했던 사무실과 고문장소를 찾았다.

극동 연해주에서 태어난 김 알렉산드라는 비열한 청부업자가 조선인 1000여명을 고용해 우랄지역 벌목현장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것을 알고 통역을 자원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데 일조했다. 그녀가 근무했던 사무실, 체포된 뒤 고문을 받았던 장소, 처형당했던 빨치산 혁명탑을 돌아보는 여정은 암울한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일제 탄압이 심해지면서 러시아로 망명한 충북 진천 출신 작가 포석 조명희 선생이 마지막으로 머문 집터는 현재 매입한 새 주인에 의해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17일 오후 8시 45분 하바롭스크에서 우스리스크행 횡단열차에 또다시 몸을 실었다. 10시간 뒤 도착한 우스리스크에는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박물관이 남아 있다. 항일 조직인 동의회를 조직해 항일 투쟁에 앞장선 최 선생의 숨결이 느껴지는 그곳에서 학생들은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고려인 민족학교에서 아리랑 무용단과 화랑북춤 공연을 관람한 학생들은 고려인 학생 10여명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블라디보스토크 항일운동의 중심지였던 신한촌 기념비를 찾은 학생들은 헌화와 헌시를 통해 이역 땅에서 고단했을 고려인의 삶을 되돌아봤다. 고려인들이 누볐을 아르바트 거리에서 학생들은 K-POP 공연, 부채춤, 리코더 연주, 아리랑 플래시몹을 선보이며 세계 강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힘을 과시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황무지를 개척하고 민족정신을 이어온 고려인들에게 고개숙여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며 “우리의 얼과 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선조의 희생정신을 학생들이 이어가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끝>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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