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
부끄럽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8.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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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사실 부러웠다.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해 서울대학교를 다닌 그가 부러웠다.

게다가 집안도 좋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모교인 서울대 교수로 임명됐다.

386세대를 대표하는 개혁의 아이콘이었고, 민정수석 자리까지 올랐던 그의 꽃길 인생에 질투도 했다.

부러웠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걸어온 길이 이젠 부끄럽다.

열심히 살아온 서민의 삶을 한순간 허탈하게 만들었고, 20대 청년의 꿈을 짓밟았다.

조 후보자의 인생만큼 그의 딸 인생도 이만한 꽃길이 없다.

고등학교 시절 2주 인턴 과정을 마치고도 SCI급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다. 필기시험 한 번 치르지 않고 고등학교부터 의학전문대학원까지 진학했다. 또한 유급을 해도 6학기 동안 장학금을 탔으니 운 좋은 길만 걸었다.

지인은 석사 학위를 따겠다며 밤잠 설쳐가며 대학원에 다녔어도 논문 통과를 못 해 수년째 최종 학력이 대학원 수료라는 꼬리표를 달고 산다. 우스갯소리로 지인은 주변 사람들에게 말한다. “난 고등학교 학생만도 못한가 봐. 조국 같은 대단한 아버지가 없어서 그런가?”라고.

자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조국 장관 후보자는 최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해서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개혁 임무 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이든 다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고,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며“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 지난 일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의 삶을 국민 눈높이와 함께 호흡하며 생각하고 행동하겠다”고 고개 숙였다.

조 후보자는 송구스럽기는 한데 장관 후보자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은 없단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서 무엇을 개혁하고 변화시키겠다는 것인지 국민도 조국 후보자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국민이 생각하는 정서는 맞추고 못 맞추고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은 가난하다고, 못 배웠다고 차별받지 않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길 바란다. 수능을 앞둔 고3 학생과 재수생들은 논문 등재라는 방법이 아닌 졸린 눈을 비벼가며 책과 씨름하며 입시를 준비한다. 이것이 국민이 생각하는 상식이다. 누구나 생각하는 당연한 일을 이해하지 못한 그가 개혁의 짐을 짊어질 적임자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최근 충북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과 통화를 했다. 부모가 없다는 이 학생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학교 수업이 끝나면 오후 6시부터 새벽까지 대리운전을 한다. 낮 시간 아르바이트를 찾던 중 학교에서 소득분위가 낮은 학생을 우선 선발한다는 봉사 장학생 선발 공고를 보고 부서 6곳에 지원했다. 소득분위가 1분위였기에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다. 결과는 모두 탈락했다. 부서별로 선발조건이 다르고 직전 학기 선발한 학생이 그만두지 않겠다고 하면 지속적으로 일하도록 배려한다는 게 대학 측의 해명이다. 이 학생이 내게 문자를 남겼다. “꼭 도와주세요. 학생들 배우는 대학부터 이런 비리가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고 싶은 이들의 간절함조차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조 후보자가 말하는 개혁은 누굴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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