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와 실망?
우려와 실망?
  • 박일선 푸른세상 대표
  • 승인 2019.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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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 푸른세상 대표
박일선 푸른세상 대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한일군사정보포괄공유협정(이하 협정) 종료 결정에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미국방부도 `양국 이견 해소를 권장한다'고 했다가 몇 시간 후엔 `강한 우려와 실망'이라고 입장을 수정했다. 이런 미(美) 정부 태도는 과연 동맹(同盟)다운가?

아베정권은 안보(安保)를 이유로 한국을 우방국에 주는 무역특혜인 `밝은(白色)국가'에서 배제했다. 또한 엄연히 독립적인 한국사법부의 `징용자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핵심 산업인 반도체분야에 창을 겨누었다. 이는 식민지배로 조선에 엄청난 고통을 준 일본이, 사과는커녕 아직도 과거에 사로잡혀 있음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면 동맹인 미국은 `과거사문제에 대한 한국법원판결에 대해 경제보복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한미일 공동이익을 추구하는데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로써 즉시 이를 중지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한 우려와 실망을 아베정부에 진작 표현했어야 했다.

이 동안 한국정부는 일본측의 지속적인 무례와 망발에도 불구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이 대화를 선택하면 손을 잡을 것이라는 언급에도 무반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협정을 어떻게 연장할 수 있단 말인가.

돌이켜보면 이 협정은 미국 압력에 이명박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하다가 시민단체와 야당반대로 좌절됐고, 국정농단으로 국민 저항을 받고 있던 박근혜정부가 임기 말에 격에 맞지도 않게 주한일본대사와 한국 국방부장관이 서명한 굴욕적인 적폐협정이다.

`강한 우려와 실망'은 한국민이 미국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다. 전범국 일본을 사실상 용서해 준 것,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독도문제 등 한국주권을 약화시킨 것, 미일동맹에 하부구조로 한미동맹을 두려는 것,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설득하기보단 일방적 피해국 한국에 고개 숙이기를 강요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나아가 미국이 적으로 삼고 있는 중국을 한국도 적으로 삼길 강요하고 있다. 사드반입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경제보복을 당할 때 미국은 한국경제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對중국전초기지로써 한국을 활용하면서 기지사용료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주둔비를 늘 올려달라고 요구해 왔지 않은가. 냉전 시대는 갔다. `한미일 : 북중러'라는 등식을 미국이 바랄지는 몰라도 일본도 한국도 바라지 않는다. 과거 청일전쟁이 조선 땅에서 벌어졌고 이후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미중 갈등이 한반도를 매개로 증폭되는 것을 8000만 겨레는 원하지 않는다.

자위대 한반도 진출에 디딤돌이 될, 미일한(美日韓)을 갑을병(甲乙丙)으로 수직 서열화하는 이 협정을 종료하겠다는 한국정부를 비판한 미국. 한국 공산화를 막고 한국부흥에 기여했으니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미국을 위해 베트남전에서 피를 뿌리고, 미국을 위해 중러 전초기지가 되어 주었다고 한국은 말할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신장에도 불구하고 주권국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한국민의 자존을 훼손하며, 남북경협과 긴장완화를 막고 자국이익만 추구하는 미국이 과연 혈맹(血盟)인지 `강한 우려와 실망'을 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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