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판도라의 마지막 희망
경제 판도라의 마지막 희망
  • 이영숙 시인
  • 승인 2019.08.25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엿보기

타지역에 갈 일이 있어서 고속버스터미널에 가려고 택시를 잡으려는데 40분이 지나도 빈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니 택시 탈 일이 흔치 않은 터라 적잖이 당황했다. 오래전 딸아이가 깔아놓은 앱이 생각났지만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어 내키지 않았다. 시간이 지연되자 할 수 없이 카카오택시 앱을 찾아 목적지를 입력하니 1분 만에 승인된 택시 번호가 뜨고 도착 시각을 알려온다. 진작 앱을 이용했더라면 1시간 동안 도심 한복판에서 우왕좌왕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아날로그적 방식에 길든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실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절차가 간단하고 편리한 세상이 디지털시대라면 비용은 감소하고 경제적 효용 가치는 증대한다.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을 적당히 아우르는 디지로그 방식 수용이 불가피한 세상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4차 산업 혁명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증기기관으로 시작한 1차 산업혁명과 전기를 이용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된 2차 산업혁명을 지나 인터넷 정보통신과 자동화 시스템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인공지능과 로봇을 통해 현실과 가상이 융합되는 시대로 발전했다. 인간 대신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산 활동에 참여하여 부를 축적하면 비용은 감소하고 가치는 증대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노동에서 벗어나 좀 더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부를 분배할 것인가. 아직도 전 세계 석학들이 정의를 올바른 분배에 두고 고민하는 이유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다양성을 수용하며 하나의 원칙과 절차가 있어서 그에 따라 소득이나 권력, 기회를 정당하게 분배하는 사회라면 그것이 바로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이다.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지만 섣부른 판단은 위험하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시대는 이미 진행 중이다. 많은 사람이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서 가상공간에서의 자유로운 대화와 소통을 시도한다. 현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두 개 공간을 넘나들며 그 어느 때보다 활동 폭이 증대한 세상이다. 과학이나 경제학 분야의 추측처럼 앞으로의 시대는 소유경제보다는 공유경제로 가는 시스템이다. 마르크스 사상과 애덤스미스 사상의 긍정적인 측면을 믹싱한 신사회주의나 신자본주의 성격을 띠는 경제 개념이다. 이 개념은 2008년 에어비앤비(Airbnb)가 단기 숙박 서비스 차원의 빈방을 공유하는 데서 출발했다. 여행객들은 호텔 대신 싼 값으로 숙박하고 집주인은 남은 방을 통해 추가 소득을 올리니 양쪽 모두 비용은 줄이고 경제 가치는 높이는 플러스 구조이다. 이제 온라인상의 정보 공유는 한 단계 더 발전하여 물질 공유로까지 이어지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이라면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평생 노동하는 일개미로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쩌면 공유경제는 경제 판도라의 마지막 희망인지도 모른다. 모두 자원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사람들과 공유하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상공간에서 부른 택시가 현실로 이동하고 현실과 가상의 융합이 4차 산업 시대의 특징이라면 마지막 기차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플랫폼에 설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