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자가 해야 할 일
조국 후보자가 해야 할 일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9.08.2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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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늘 열심히 하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말을 한 걸 후회합니다. 아들이 일한 작업장을 돌아보고는, 내가 한 부탁이 아들을 죽였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태안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컨베이어 벨트에 빨려들어가 숨진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했던 말이다.

엄청난 양의 일을, 위험한 환경에서, 어두운 야밤에, 그것도 혼자서 일해온 현장을 보고는 “최선을 다하라”고 했던 자신의 말이 사지에서 일하는 아들에게 해서는 안 될 당부였음을 깨달았다는 의미다.

김씨는 어머니의 말을 따랐다.

그날도 어둠침침한 작업장을 자신의 휴대폰 손전등으로 밝혀가며 운송 도중 떨어진 석탄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 넣다가 참변을 당했다.

“놀라울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인상이 너무 좋았어요.”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딸을 자신의 논문 제1저자로 올렸던 교수가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 문제의 논문 제목이다. 의료인들조차도 단번에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난해한 제목의 논문을 위해 고등학생이, 그것도 문과계열인 외국어고 학생이 단 2주일 동안 열심히 했다는 역할은 무엇이었일까. 지금 조 후보자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불공정 논란은 이런 의심에서 출발해 거대한 눈덩이가 됐다.

교수는 `놀라울 정도로' 열심히 한 조 후보자의 딸에게 `놀라울 정도의' 보상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제1저자로 삼는 것이) 적절치는 않았지만, 고민 끝에 외국의 대학을 가겠다는 학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결정했습니다. 적절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부끄러운 일도 없었었습니다”.

조 후보자 딸의 도움에 보답하려는 교수의 지극정성은 이어진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가장 손해를 본 건 저 자신입니다. 원래 해외 저널에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학생의 진학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서둘러 국내 저널에 발표했습니다. 학생이 재학 중에 저자등록을 해야 유효하게 써먹을 수 있거든요”.

조 후보자의 딸을 위해 국제적 명성을 얻을 수 있는 해외 학술지 발표까지 포기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김미숙씨 아들의 `열심'은 조 후보자 딸의 `열심'과는 전혀 다른 보답을 받았다. 그는 고장 난 컨베이어 벨트에 빨려들어가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거기에 더해 “메뉴얼을 위반해 사고를 자초했다”는 회사 측의 모함까지 뒤집어썼다. 그동안 김용균씨 사고를 조사해온 특조위는 최근 이미 문제가 있던 컨베이어 벨트와 장비 개선을 놓고 책임을 미루던 원청과 하청기업이 사고의 주범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김씨가 오히려 낙탄이나 소음, 발열 등 이상현상은 사진을 찍어서라도 일일이 확인해 보고하라는 작업지침을 철저히 지키려다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김씨가 위험을 무릅쓰고 열심히 일 한 대가가 죽음과 직장의 배신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셈이다. 김용균씨는 회사에 목숨을 바치고도 사고 유발자라는 누명을 썼지만, 조 후보자의 딸은 낙제와 유급의 실패조차도 1200만원이나 되는 장학금으로 위로받았다.

지금 김미숙씨는 직장도 그만두고 아들 같은 피해자가 더는 없도록 노동현장을 찾아다니며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 조 후보자의 할 일도 따로 있는 것 같다. 스승이 제자의 장래를 위해 자신의 기회를 기꺼이 포기하고, 청춘이 겪는 실의와 좌절을 두둑한 온정으로 위로하는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구현하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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