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전화위복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9.08.2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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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농장에 사달이 났다. 이를 어찌하랴. 멧돼지의 출현은 그야말로 농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야 말았다. 밭 가장자리에 쳐놓은 노루망은 무용지물이었다. 딴에는 촘촘히 말뚝을 박고 철사로 동여매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보란 듯이 뚫고 들어온 멧돼지는 온 밭을 말 그대로 짓뭉개버렸다. 대를 부러뜨려 옥수수를 따 먹었고, 한쪽에 보관해둔 감자 자루를 이빨로 찢어내 먹었는가 하면 고춧대를 깡그리 쓰러트렸다.

이제 막 뿌려 싹이 트는 무며 김장 배추는 물론이고 쪽파, 갓, 서리태, 고들빼기까지 성한 게 없다. 어지럽게 찍힌 발자국은 어미돼지가 새끼를 데리고 총출동했나 보다. 그야말로 쑥대밭을 만들었다는 표현 그대로다. 어쩜 이토록 처참하게 짓밟을 수가 있을까? 작년에 음성군이 수렵지역이라서 음성군에 멧돼지 개체 수가 급속히 저하되어 멧돼지의 농작물 피해는 없을 거라는 내 예상을 뒤엎은 일이다. 사실 멧돼지보다는 들고양이와 족제비를 걱정했었다.

그렇잖아도 멧돼지, 들고양이, 족제비, 고라니가 염려되어 누렁이를 농장에 갖다 놓을까 싶었지만, 임신 중이라 새끼나 낳은 뒤에 보내야겠다고 미루던 중 터진 일이다. 누렁이야말로 이들 유해 동물들을 퇴치하는데 가장 효율성 있는 숙적동물이다. 멧돼지는 몰라도 들고양이, 족제비, 고라니는 개의 똥 냄새만 맡아도 도망가는 처지이니 내일부터는 누렁이가 용변을 농장에서 보도록 해야겠다.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열강들과 이웃하고 있는 나라다. 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고 했던가?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선언했고, 중국과 러시아 공군기들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수차례 반복적으로 넘어왔으며, 러시아 공군기 1대는 독도 영공까지 침범했다.

해당 군용기들의 기동 행태로 봤을 때, 노골적으로 우리 바다를 침범한 것이다.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은 처음이지만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까지 침범한 것은 중대한 주권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양국 공군기의 이 같은 기동은 우리의 하늘과 바다를 침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군도 F-15K와 KF-16 등 전투기를 출격시켜 차단 기동과 함께 러시아 군용기를 향해 경고사격을 가했었다. 방공식별구역(KADIZ)은 사전 식별되지 않은 항공기를 조기에 파악해 영공 침범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한 경계로,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다. 통상적으로 상대국의 KADIZ에 진입할 때 사전 통보하는 것이 국제관례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선언한지 한 달 만에 단 1건 수출을 허가했던 첨단 반도체 공정용 포토레지스트를 국내 기업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자 일본 아사히신문이 아베 총리가 과거 문제를 반성해야 한일 관계가 회복될 거라고 지적을 했다. 하지만 그럴 기미는 현재 보이지 않고,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해야 할 때다. 연구개발, 국산화, 기술독립 이런 것들이 우선 중요하다. 처음 공격 대상이 됐던 그리고 지금도 수입이 안 되고 있는 3개 품목 국산화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수십만 번 접었다 펴도 끄떡없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이걸 가능하게 하는 소재가 폴리이미드다. 2000년대 중반부터 개발을 시작했던 우리의 한 대기업은 이미 일본산에 뒤지지 않는 품질을 확보하고 양산 체제도 구축했다. 국산 대체는 시간문제란다. 100% 대한민국 기업이 만든 미래 지향적 소재인데, 품질 면에서는 동일하다고 기업은 자신하고 있다. 전화위복이다. 열강들이 그럴수록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미국도 못 믿는다. 일본과 우리가 마찰하자 미국은 중재는커녕 슬쩍 꼬리를 내리고 지켜만 보고 있다. 오히려 방위비 운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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