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앙(麗江)에서 온 엽서
리지앙(麗江)에서 온 엽서
  • 이명순 음성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한국어 강사
  • 승인 2019.08.2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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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명순 음성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한국어 강사
이명순 음성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한국어 강사

 

서울에 사는 다우(茶友) 한 분이 시음용 중국차(茶)들을 보내주셨다. 택배 상자를 여니 스물 몇 종류의 차들이 올망졸망 비닐봉투에 각각의 이름표를 달고 담겨 있다. 차를 좋아하니 차나 다구들을 선물 받을 때가 참 좋다. 특히 내가 마셔보지 못한 새로운 차들을 시음하게 되면 은근하게 마음까지 설렌다. 하나하나 이름을 확인하며 시음용 차들을 꺼내는데 상자 바닥에 엽서 한 장이 있었고 간략하게 사연이 적혀 있었다. 새로운 차들을 구매하게 되었는데 조금씩 보낸다며 맛이나 보라고 한다. 또한, 엽서는 중국 윈난(雲南)성 여행을 갔다가 사온 것으로 달리 사용할 기회가 없었는데 때마침 차를 보내며 같이 보낸다고 했다. 엽서 그림은 물의 도시라는 리지앙(麗江)의 수로와 홍등이 걸려 있는 모습이다. 난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고즈넉한 골목 풍경을 오랫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점점 엽서 속 리지앙의 골목길로 걸어 들어갔다.

중국차에 관심을 가지면서 여행지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특히 주요 차 생산지라는 윈난성 일대와 차마고도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내가 꿈꾸는 여행지가 되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몇 번이고 찾아본 곳이라서 내가 그 속에 있는 듯 그곳 풍경들이 이제는 꽤 낯익은 곳이기도 하다. 리지앙(麗江)은 오래된 고성 등 건축물들과, 물 공급 체계가 잘 보존되어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고도다. 다른 고성들이 리지앙의 아름다움은 따르지 못할 정도라고 중국인들도 칭송이 자자할 정도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며, 꽃잎이 날리지 않는 곳이 없고 물이 흐르지 않는 집이 없다는 속담처럼 골목마다 수로가 있고 예쁜 다리들을 볼 수 있다. 집집마다 또는 상점마다 걸려 있는 홍등은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어 더욱 멋진 곳으로 변한다.

물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니스를 여행하듯 동양의 베니스라는 리지앙의 골목마다 흐르는 수로를 따라 걸어도 보고 눈 덮인 옥룡설산이나 석림과 호도협도 보았다. 그곳 원주민인 나시족을 중심으로 소수민족들의 문화교류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명, 청시대 거리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집집마다 문 앞까지 연결된 수로와 홍등이 이채로운 곳이 바로 리지앙이다.

오래전에 호주로 여행간 친구가 엽서 한 장을 보내왔었다. 혼자 떠난 배낭여행이었는데 그날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구경했다고 하며 그곳이 멋있어서 나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단다. 친구의 배려로 엽서를 통해 야경이 멋진 오페라하우스를 보면서 난 부러운 마음으로 지구본을 돌려 호주 시드니를 찾아봤었다. 낯선 타국으로 여행간 친구가 그곳에서 나를 생각하며 보내준 엽서 한 장에 감동하면서….

다시금 세월을 건너 중국 윈난성 리지앙(麗江)의 풍경이 담긴 엽서 한 장이 종이비행기가 되어 내게 날아왔다. 그리고 난 꿈을 꾸듯 리지앙 곳곳을 여행할 수 있었다. 고마운 다우(茶友)가 보내준 엽서 한 장 덕분에 내 일상이 잠시 즐거웠다. 이 그림엽서 한 장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나를 신비한 곳으로 안내하는 이정표였다. 그 이정표를 따라 난 종이비행기를 타고 멀고 먼 리지앙까지 날아가 두루두루 여행할 수 있었다. 맑은 차 향기와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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