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전형’ 신뢰도 추락엔 날개가 없다
‘수시 전형’ 신뢰도 추락엔 날개가 없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08.21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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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이 외국어고 재학 중 대학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금수저 전형'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논란의 핵심은 조 후보자의 딸이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이를 대학 입시에 활용해 수시전형을 통해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것이다. 자녀의 `스펙 쌓기'를 사회지도층인 부모가 도왔다는 의혹으로 귀결된다.

야당과 언론에서는 해명이 아닌 수사대상이라며 압박을 가하고 하는 반면 조국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충분하게 해명하겠다며 무분별한 의혹제기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잘잘못은 조만간 청문회장에서 가려지든 후보자 중도낙마로 결론나든 날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어느 한 쪽의 주장에 편승해 이 문제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문제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언제나 최고 우선순위 관심사인 대학입시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들여다볼 부분이 있다.

입시는 군복무와 함께 한국사회에서 어느 분야 못지 않게 공정성을 요구 받는다. 대학 교수라는 직업 역시 많은 이들이 높은 윤리성을 기대한다. 국민들은 조 후보자 딸 의혹에서 과연 현재의 수시 전형은 과연 학부모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는가하는 원초적인 의문을 다시 한 번 곱씹기 시작했다.

국민들이 상식이라고 알고 있는 소위 `공부 잘 하는 학생'의 일과는 밥 먹고 자는 시간 외엔 공부만 한다. 서울 강남8학군으로 대변되는 입시경쟁터에서는 학생들이 학원에서 학원으로 옮겨갈 시간이 부족해 도시락을 싸가거나 부모들이 대기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그것도 중학교 상위권 학생들만 모인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 학생이라면 공부이외에 대학 논문을 쓸만한 시간적 여유를 갖긴 어렵다는 게 국민들의 상식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엔 올해초까지만 하더라도 논문 공저를 활용해 대학을 간 학생이 많았다.

실제로 교육부는 올해 초 교수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사례를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29개 대학, 82건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국민대, 경북대, 경상대, 가톨릭대 등이 망라됐다. 공저자 등록 자녀는 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 2, 3학년이 다수였고, 논문은 이공계가 대부분이었다.

수시전형은 공부만이 아닌 다양한 재능과 경험, 생활환경(저소득층)을 가진 학생들도 명문대에 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지난해 기준 국내 대학 입학생의 70%이상이 수시를 통해 입학한다.

그러나 학생부 기록에 의한 수시모집이 최근 들어 일부 부유층 자녀들을 위한 제도로 전락한 측면이 없지 않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수시 모집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동아리 모임과 특기활동, 사회봉사 경험이 경제적으로 풍족한 집안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정책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바꿀 수 있고, 바뀌어야만 한다.

의대에 가려면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의료기관에서 해야 수시전형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이 기괴한 현상은 사라져야 한다. 고등학생이 의학논문 제1저자로 오른 것처럼 의대 지망생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의료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해야만 한다는 자체가 블랙코미디다. 공부 잘 하는 학생이 복지관에 가서 독거노인들의 말벗을 해 주면 입시에서 공부 잘 하는 의료기관봉사 학생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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