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하지 마요” 충북 제천출신 이덕희 `희망 메시지'
“좌절하지 마요” 충북 제천출신 이덕희 `희망 메시지'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9.08.20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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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선수 최초 남자프로테니스 투어 '승리'
윈스턴 세일럼 오픈 단식 본선 1회전 라크소넨 2대 0 제압
“상대 몸동작에 집중 … 해낼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APT 투어 홈페이지 메인 화면 장식 “새로운 지평 열었다”
2회전 세계랭킹 41위 폴란드 후르카치와 격돌 … 선전 기대

“청각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좌절하지 말라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청각장애 선수로는 최초로 승리를 거둔 충북 제천출신 이덕희(21·서울시청·212위·청각장애 3급·사진)가 경기 후 밝힌 소감이다. ATP 투어 단식 본선에서 청각장애 선수가 승리를 거둔 것은 이덕희가 최초다.

이덕희는 20일(한국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 세일럼에서 열린 ATP 투어 윈스턴 세일럼 오픈 단식 본선 1회전에서 헨리 라크소넨(27·스위스·120위)을 2-0(7-6<7-4> 6-1)으로 꺾었다.

2회전 진출에 성공한 이덕희는 이번 대회에 3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 후베르트 후르카치(22·폴란드·41위)와 맞붙는다.

그는 제천동중 시절 국제대회 우승은 물론 최연소 국내 우승기록까지 갱신하는 등 청각장애를 딛고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 테니스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2014년 7월 국제테니스연맹(ITF) 퓨처스 대회에서 16세1개월의 나이로 단식 우승을 차지해 정현(23·한국체대·151위)이 2013년 6월 세운 국내 최연소 퓨처스 대회 우승 기록(17세1개월)을 갈아치웠다.

또 2016년 7월 18세2개월의 나이로 세계랭킹 200위 이내에 진입해 정현이 갖고 있던 국내 최연소 200위 이내 진입 기록(18세4개월)도 다시 썼다.

2017년 4월 세계랭킹 130위까지 오른 이덕희는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청각장애를 안고 있으면서도 투어 대회와 메이저대회에 도전해 화제를 모으자 노박 조코비치(32·세르비아·1위), 라파엘 나달(33·스페인·2위)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메이저대회에서 이덕희를 훈련 파트너로 초청해 응원하기도 했다.

이날 이덕희의 승리 소식 또한 단연 화제를 모았다.

ATP 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이덕희가 청각장애 선수 사상 최초로 투어 대회 단식 본선 승리를 거둔 소식을 메인 화면 첫 번째에 게재하면서 “이덕희가 청각장애 선수들을 위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또 윈스턴 세일럼 오픈 측은 대회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TP 투어 최초의 청각 장애 선수인 이덕희가 역사를 만들었다. 놀라운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그의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오픈 트위터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이덕희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누가 큰 소리를 지르는 것이나 경적 정도는 들을 수 있다”며 “코트에서 공이나 사람들이 내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더욱 공의 움직임이나 상대의 몸동작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승리에 대해서는 “일부 사람들은 나의 장애를 놀리기도 했고, 경기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힘들었지만, 나의 친구들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모두에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투어 대회보다 수준이 한 단계 낮은 챌린저 대회에서 주로 활약한 이덕희는 이번에 생애 처음으로 투어 대회 단식 본선에 나섰다.

이덕희는 2017년 세계랭킹 93위까지 오른 라크소넨을 상대로 서브에이스 9개를 몰아쳤다.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낸 이덕희는 2세트에서 일방적인 플레이를 펼친 끝에 승리를 가져왔다.

이덕희의 2회전 상대인 후르카치는 지난주 세계랭킹 40위에 오른 것이 개인 최고 순위다. 이달 초 마스터스 1000시리즈 로저스컵 2회전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그리스·8위)를 꺾기도 했다.

/제천 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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