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때마다 논하는 역사교육
이슈 때마다 논하는 역사교육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8.20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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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잃고 나면 소중함을 안다.

사람도 떠나면 그리운 법인데 나라를 잃었던 역사를 지닌 우리 국민에게 일제 강점기는 지우고 싶은 상흔이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 하지만 아픈 기억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충북교육도서관은 3·1운동 100주년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도내 12개 중학교 학생과 교사 60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중국과 러시아 일대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2019 사제동행 인문행성을 추진했다.

폭우를 뚫고 도착한 중국에서 참가자들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다 이국땅에서 쓰러져간 수많은 이름 모를 애국지사들이 활동했던 장소를 둘러봤다. 하지만 지척에 두고도 중국의 동북공정 탓에 발을 디딜 수 없었던 장소가 있었다.

중국 학교 교정에 있는 진천 출신의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이 설립한 북간도 최초의 신학문 교육기관인 서전서숙터 비문은 출입을 허용하지 않아 울타리 너머로 볼 수밖에 없었다. 서전서숙 학교 폐교 이후 애국지사들이 세운 명동중학교도 들어갈 수 없었다.

1920년 6월 만주 봉오동에서 독립군 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대파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봉오동 전투는 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중국 도문시 수도국 봉오저수지 내에 위치해 있는 봉오동 전투비는 한국인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아 담 밖에서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국경을 넘은 러시아에서는 역사를 기억하고자 했던 고려인 후손들에 의해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었다.

조명희 작가의 문학비도, 연해주 항일 운동의 중심지였던 신한촌도, 스탈린에 의해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의 눈물이 뒤섞였을 라즈돌리노예역도 미흡하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려인의 뿌리를 잇기 위해 우스리스크에 있는 고려인 민족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김발레리아 회장은 한민족의 얼과 혼을 잊지 않기 위해 20여년 전 아리랑 무용단을 만들었고, 화랑 북 공연단도 창단했다.

김 발레리아 회장이 고려인 민족학교 설립을 한 이유는 유년시절 아버지의 넋두리를 기억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밖에서 뛰어노는 집시들도 자기 언어로 말하는 데 나라를 빼앗긴 우리는 우리말을 쓰지 못하는 것을 늘 마음 아파했다고 털어놨다.

러시아 일정 기간 가이드로 동행한 조미향 대표는 20여년 타국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해외에 사는 동포들이 뿌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되레 우리 문화를 도외시하는 경향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달 초 교육부는 한일 관계가 악화된 것을 계기로 올해 2학기부터 초중고 학생들의 역사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의 협의를 통해 올해 2학기 개학 즉시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계기 교육을 시행하고 동아리·캠페인 등 체험 활동을 통해 역사 교육 활성화에 나서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동북아 역사 전문가 협력체계를 구축해 한일 관계사와 갈등 현안을 연구하고 동북아 역사 인식 제고를 위해 시민강좌를 개설하고 역사서적 개발·보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슈가 생길 때마다 역사교육을 논하는 나쁜 버릇이 이번에도 나온 모양이다. 역사교육을 필요할 때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도구로 써먹다 보니 `모교는 못 바꿔도 국적은 바꿀 수 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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