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맡는 반도체 나올까? '초감각 센싱 플랫폼' 개발
냄새 맡는 반도체 나올까? '초감각 센싱 플랫폼' 개발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8.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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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기관의 구조와 유사한 3차원 인공 세포구조물 집적 칩 최초 제작
국내 연구진이 후각, 미각, 촉각, 청각, 시각 등 감각세포 구조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3D 인공 세포 구조물 제작에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뇌과학연구소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 연구단 김태송 단장 연구팀과 유연규 국민대 교수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의 주된 재료인 실리콘 기판 위에 수만 개 이상의 3차원 인공세포막을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진은 인공세포막 표면에 이온 채널 단백질을 결합해 특정 조건을 감지하면 이온 채널이 열리고, 신호를 발생시키는 것도 확인했다.



개는 인간보다 1000배 이상 민감한 후각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개의 후각세포와 냄새를 구별하는 이온 채널의 숫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온 채널이란 생체막을 관통하는 구멍을 형성해 생체막 내외의 이온을 통과시키는 단백질 분자를 말한다. 예컨대 후각세포의 경우 특정 이온이 채널을 통과해 전기신호를 만들어 뇌에서 냄새를 인식하게 한다.



만약 후각세포를 인공적으로 반도체 소자와 같은 초소형 칩 위에 구현할 수 있다면 개를 훈련시켜 폭발물이나 마약과 같은 금지약물의 검사에 동원하지 않고 정밀하고 손쉽게 검사할 수 있다. 전 세계의 많은 연구자들이 인공세포막을 이용해 세포가 갖는 물리화학 신호 센싱 기능을 인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실리콘 기판 위에 인공 생체막 제작은 지난 20년간 2차원적인 평면형 구조물이 대부분이이었다. 2D 구조물은 재현성 있게 형성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넓은 표면적을 갖기 어려워 24시간 내외의 수명을 갖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연구진은기존 방법의 발상을 뒤집어 실리콘 기판에 수만 개의 직경 8㎛의 홀을 만들고, 개개의 홀 위에 세포 구조와 비슷한 평균 17㎛의 균일한 3차원 구조물을 극미세 유체 채널 내에서 제작했다. 극미세 채널 내부에 상부 판상 전극과 하부 실리콘 기판 사이에 전계를 인가해 세포막과 같은 단일 이중막을 갖는 인공세포막 구조물 구현에 성공했다. 5일 이상 구조물이 터지거나 변형되지 않고 유지될 정도로 안정성도 뛰어났다.



또 실리콘 기판 위에 제작된 3차원 인공세포막 구조물에 세로토닌 수용 채널을 다량 결합했다. 결합된 채널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제작한 인공세포막이 구조물 뿐만 아니라 세포 기능도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규명했다. 나아가 이를 응용하면 생명체 만큼 민감하고 정확한 센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태송 박사는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명현상의 근원을 밝히기 위한 연구 플랫폼 뿐만 아니라 반도체 기판 위에 고정된 3D 인공 세포 집합체에 실제 개 코의 후각세포와 기능을 그대로 적용해 마약이나 폭발물 같은 특정 물질을 인식하는 인공 개 코를 포함한 우수한 인공 오감 센싱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바이오센서스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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