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와 시민의식
가짜뉴스와 시민의식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8.19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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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가짜뉴스라는 말이 익숙해졌다. 언론의 자유가 확대되고 인터넷과 미디어매체가 발달하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가짜뉴스다. 흔히 듣던 `카더라통신'에서 한발 더 나아가 뉴스가 가짜라는 것이다

1인 미디어시대라고 할 만큼 주변에는 스피커(speaker)들이 많아졌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사회비평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문화를 전달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도 있지만, 일단 대중의 관심을 끌고 보자는 스피커들이 많아지면서 가짜뉴스도 횡행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더구나 일부 미디어는 이익 집단이나 정치 집단을 겨냥한 스피커로 자처하면서 사회적 책무는 뒷전이 되어버렸다. 전문성과 책무감을 상실하고 있는 1인 미디어의 역기능이다.

가짜뉴스는 소문과는 다르다. 사실이 아닌 것을 만들어내 뉴스라는 이름으로 생산하고 이를 대중들에게 유통시키는 것이 가짜뉴스다. 가짜뉴스의 파급력은 크다. 사람들은 있는 사실보다 가짜에 더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텍스트로 대중을 현혹하고, 설을 퍼뜨려 누군가에게 데미지를 입힌다. 대중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짜뉴스를 보게 된다. 가짜가 진짜와 뒤섞여 진흙탕으로 돌아가고, 대중들은 가짜와 진짜를 두고 사실을 검증하는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가짜가 반복되면서 사실은 멀어진다. 가짜뉴스가 가진 힘이다.

가짜뉴스가 사회 이슈가 되고 힘으로 작용한 것은 지난 미국 대선 때였다. 미국 대선에 트럼프와 힐러리 대통령 후보의 당락을 좌우했던 것이 바로 가짜뉴스였다. 제3국인 마케도니아 시골마을에서 10대 학생들의 호기심으로 시작된 가짜 뉴스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막강한 힘으로 작용한 것이다. 당시 이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미국은 러시아를 지목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미국의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 당선을 돕고 있다며 미 언론에서 대서특필했지만, 대선 이후 진원지가 밝혀지면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지구촌의 현실을 자각해야 했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올렸던 10대 학생들은 그 뉴스로 큰돈을 벌게 되었고, 이는 세계 곳곳에 유튜버 부자에 도전하는 이들을 양산해 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장래 희망직업 1위가 유튜버라는 조사 발표는 이제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이다.

가짜뉴스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불안도 커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이념과 정치노선 대립이 극심해지면서 가짜뉴스도 우려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주요 뉴스에서는 팩트첵크를 만들어 사실만을 전달하는 코너도 생겼다. 매일 수 없이 쏟아지는 뉴스 중 중요한 사안에 대해 사실만 점검해 전달하는 팩트체크는 가짜뉴스가 파생시킨 뉴스라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가짜뉴스와 전쟁을 선포해야할 정도로 사회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미디어 뉴스생산자인 유튜버에 대해 법적 규제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가짜뉴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짜와 진짜가 혼재된 상황에서 뉴스의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뉴스를 분석하고 토론하는 교육이 있다. 시민의식을 높이고 올바른 언론관을 심어주는 교육을 통해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부에서 신문을 활용한 교육이 시행되고 있지만, 자율수업에 그치는 수준이다. 시민민주주의는 합리적이면서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사회다. 의식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언론교육이 필요하다. 가짜뉴스가 판을 쳐도 흔들리지 않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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