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Water & EDM 페스티벌 성공한 이유 있다
제천 Water & EDM 페스티벌 성공한 이유 있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08.18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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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Water & EDM 페스티벌이 제천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1만5000명의 관객들이 행사를 즐겨 제천에서 열린 행사 이래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지역 행사의 라인업과는 궤를 달리한 인기 힙합, 댄스가수와 디제이 그리고 물 분사라는 이벤트 구성이 성공의 비결로 분석됐다.

박명수, 구준엽, 춘자, 모모랜드, 비와이 등이 출연해 디제잉과 퍼포먼스로 좌중을 압도했고 공연장 곳곳에서는 물 뿌려 말복 열대야에 지친 관객들의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줬다. 한 장소에서 500명이 동시에 색소폰을 연주하는 `기네스 기록'도 나왔다.

젊은이들은 공연에 열광했고 공연 내내 서서 뛰면서 열기를 뿜어냈다. 덤으로 옛 동명초 부지가 도심 광장으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도 입증했다.

원도심 활성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던 제천시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연이 이렇게 열광의 도가니가 될 줄 주최측도 예상 못했다고 한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청풍호반 무대에 쏠렸던 음악 프로그램을 도심으로 분산했기 때문이다.

청풍호반 영화음악제도 좋았지만 간판 프로그램을 가까운 도심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많은 시민의 발길을 사로잡은 셈이다.

유네스코는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콘텐츠가 문화 다양성에 기여하기 위한 과제를 3가지로 제시한 바 있다.

그 첫 번째가 혁신적 콘텐츠 생산이다. 이는 여러 공동체의 다양성을 고려해 그들의 역사와 문화, 지향점 등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접근의 문제도 꼽았다. 청풍호반에서 열리던 행사를 도심으로 끌어들여 접근성을 높인 게 바로 그것이다. 젊은 층의 관점과 표현을 보장했다.

마지막으로 균형 잡힌 표상이다. 모든 사람이 소외되었다고 인식하지 않고 미디어에 표현된 대로 스스로를 인식하지 않게 만드는 상이한 공동체들의 균형잡힌 표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천 공연은 균형 잡힌 표상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여름밤 젊은이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공연에 목말라했던 젊은이들에게는 신세계 경험과 다름없다.

이번 제천 공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52시간 근로제로 여가 시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문화적 욕구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문화는 다양성 측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하드웨어 중심의 전시관이나 문화관 건립 정도가 문화 인프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콘덴츠도 시민들의 욕구와 거리가 멀다.

계층과 연령별로 문화적 욕구가 다른 점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높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자 위주의 정책 때문이다.

지자체들이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역의 문화제, 축제가 늘 똑같은 패턴과 프로그램으로 짜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가 조직되는 방식, 공유되는 도덕관념,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도시화의 급속한 진전, 소수자의 권리, 다양한 문화적 공동체의 공존 등의 문제들이 강조되면서 새로운 경향과 새로운 욕구에 대응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천의 Water & EDM 페스티벌이 주는 강한 울림에 지자체들의 깊은 고민이 있기를 바란다. 청주 무심천변에서 딸의 손을 잡고 함께 열광할 수 있는 음악제를 기대하는 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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