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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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4.1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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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펭귄의 비극·인간의 비극
김 훈 일 <초중성당 주임신부>

지구상에 있는 18종의 날지 못하는 새 중 7종이 남극에서 살고 있는 펭귄이다. 펭귄(Penguin)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16세기 대서양을 항해하던 영국선원들은 캐나다 뉴펀들랜드 근해에 있는 머리가 하얀 섬을 펭귄(Pengwyn) 섬이라 불렀다. 펭귄(Pengwin)은 영국 웨일즈 지방 말로 '하얀머리'라는 뜻이다.

섬의 정상부분이 하얀 것은 이 섬에 집단 서식하던 큰바다쇠오리의 배설물이 쌓였기 때문이다. 어느날 섬을 지칭하던 이 말이 날지 못하는 괴상한 새의 이름이 된 것이다.

문명세계의 사람과 펭귄이 처음 만난 것은 마젤란에 이어 세계를 두 번째로 일주한 영국의 탐험가 프란시스 드레이크 경이라고 한다. 그는 1578년 8월 17일 마젤란해협 입구에 도착했다.

그 때 그 탐험에 동승했던 프란시스 플렛처 신부님이 펭귄을 처음 보고 신기해 그의 일지에 기록을 남겼다. 그는 1628년에 발간된 '세계 일주(The World Encompassed)'에서 "우리는 많은 숫자의 이상하게 생긴 새를 발견했다. 그 새들이 날지 못하고 빨리 달리지 못해 우리가 잡을 수 있었다. 몸의 크기가 거위보다는 작고 오리보다는 크고 깃이 없고, 대신 상당히 단단하고 매끈한 털로 덮여있다. 부리는 까마귀부리와 비슷했으며, 땅속에 구멍을 파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다"라고 기록했다.

펭귄은 뒤뚱뒤뚱 걷는 폼이 엉성하지만 귀엽고 재미난 동물이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추운 남극에 살다보니 쉽게 볼 수 없는 동물이기도 하지만, 종의 다양성을 역설해주는 귀한 동물이다.

이런 남극 펭귄에게 얼마 전 아주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남극의 거대한 빙산 한 조각이 갈라져 바다로 떨어지면서 수 만마리의 펭귄들이 굶어죽을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 빙산은 'B15A'로 알려진 것인데 그 넓이가 1200평방마일이다. 지구상의 물에 떠있는 빙산 중에 가장 크다고 한다.

이 빙산을 녹인다면 80년간 나일강을 흐르는 물의 양이라고 하니 그 크기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남극의 빙산은 왜 녹고 있는 것인가

지구 온난화라는 재앙 때문이라고 한다. 전 미국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에 의하면 지금처럼 인류가 아무런 대책 없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머지 않는 미래에 펭귄의 비극이 인간의 비극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기적인 삶과 소비지향적인 삶과 생명을 경시하는 인간의 삶이 하느님이 아름답게 창조하신 세상을 망가뜨리고 있다.

창조의 질서에 따라 모든 자연과 생명은 서로 유기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즉 다른 생명이 존재하기에 인간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하느님처럼 절대자가 아니기에 생명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만의 안위를 위해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생명을 경시하며 종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

남극의 펭귄 뿐 아니라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들이 우리 인간으로 인해 멸종하고 있다.

이제 우리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바꿀 때이다. 지나친 소비 지향적 문화를 버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 후손들의 미래는 보장될 수 없다. 아니 수많은 기상이변으로 하느님께서 경고하고 계시듯이 환경파괴로 인한 재앙이 불현듯 우리에게 찾아올지도 모른다.

생명을 소중히 사랑하자. 인간도 하느님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동물과 식물은 한 번 사라지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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