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進退兩難)
진퇴양난(進退兩難)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9.08.1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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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진퇴양난(進退兩難)은 앞으로 나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 쓰는 말이다. 따라서 누군가 우리를 진퇴양난에 빠지게 만든다면, 친구 내지 우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의 일에 사사건건 감 놔라 배 놔라 참견을 하거나 시비를 걸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이런저런 요구와 함께 우리를 진퇴양난에 빠져들게 한다면 적일 확률마저 배제할 수 없다. 개인적 인간관계와 달리, 오직 자국의 실리를 중시하면서 어제의 우방이 오늘의 적도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우방도 되는 냉엄한 국제사회에서의 현실은 더욱더 그렇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 파병 요청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는 것은, 서로 신뢰하는 우방으로서 전 세계 평화를 위한 정중한 부탁인가? 아니면 한국을 진퇴양난에 빠뜨리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한미관계에서 온전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트럼프 정부의 계산된 압박인가?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문제를 협의해 보자”며 1차적으로 운을 띄운 데 이어, 에스퍼 미국방장관이 “호르무즈 해상 안전에 대해서 한미 양국 간 협의해 보자”며 은근히 한국군 파병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이 아덴만으로 출항,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참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해군에 따르면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은 함정 승조원을 비롯해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요원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 링스 해상작전헬기를 운용하는 항공대, 해병대·의무요원 등으로 구성된 경계·지원대 등 총 300여명으로 편성됐다. 아덴만에서 해적 상대로 작전을 펼치고 있는 청해부대 29진 대조영함과 9월 초 임무를 교대하고, 내년 2월 중순까지 약 6개월 동안 우리 선박을 보호하는 임무 등을 수행할 예정이라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번에 파병되는 청해부대 30진은 29진과 규모는 유사하지만 함정에 탑재되는 대잠 무기체계 등이 보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해적 상대의 아덴만 해역과 다른 호르무즈 해협을 염두에 둔 파병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파병되는 부대원들에게도 “임무가 변경될 수 있다”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구성에 대한 미국 측의 압박도 지속하고 있어,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과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과 해외 해군 함대가 페르시아만에 주둔하는 것은 결코 안보를 이루지 못한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고, 이 같은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에 한국군을 파병하는 것에 대한 이란의 부정적 반응을 우리 정부도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미국과의 동맹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을 석유 3대 수출국으로 두고 있는 이란과의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과거 오바마 정부가 이란 금융 제재를 목적으로 `한국 이란 금융 거래 단절'을 요구했을 때도, 당시 누구보다도 한미동맹을 중시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으로 달려가, 한국과 이란의 지속적 금융 거래의 중요성을 전달한 바 있다. 한국의 이와 같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에 한국군 파병을 요구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진퇴양난에 빠뜨리려는 트럼프 정권의 못된 악수로 읽힐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의도는 차지하고, 한국 정부의 힘 있는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일본조차도 미국의 파병 요청에 “필요하면 독자적으로 파병하겠다”며 적당한 모양새를 갖춰 거절했다. 우리 대한민국도 주체적이고 독자적인 결정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무리수에 걸 맞는 과감한 신의 한 수를 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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