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밑도는 농산물 가격 정부차원 수급안정대책 시급
생산비 밑도는 농산물 가격 정부차원 수급안정대책 시급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08.1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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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감자·마늘 이어 고랭지 농산물까지 폭락
경영압박 충북지역 산지유통인 극단적 선택도
농민들 “생산비 수준 이상 가격 보장 장치 필요”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농산물유통인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농산물 수급안정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목숨을 끊은 충북지역 한 산지유통인의 경우 8월 중순까지 수확하기로 하고 강원 고랭지 무·배추 농가들과 17만9000㎡(약 5만4000평) 규모로 밭떼기 거래를 했다.

이어 계약금으로 3억원을 건넸다. 하지만 잔금 지급일이 가까워질수록 무와 배춧값이 폭락하자 결국 경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까지 값이 생산비 밑으로 떨어지면서 농민들도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는 양파·감자·마늘·복숭아에 이어 최근엔 고랭지 농산물까지 판매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이 울상이다.

지난 6월 양파의 경우 도매가는 1년 전과 비교해 ㎏당 가격이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또 마늘 역시 가격이 떨어져 농민들이 속을 끓였다.

밭떼기로 거래된 올해 평당 마늘가격은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 거래됐다.

재배면적과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고랭지 무, 배추 가격 폭락으로 강원 고랭지 채소밭에서는 농민들이 출하를 포기하고 산지에서 폐기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9일 기준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상급 무 1상자(20㎏) 가격은 6318원이다. 지난해 같은 날 2만3623원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평년가격인 1만4247원과 비교해도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중품 1상자는 4202원으로 지난해(1만8451원)보다 4분의 1로 떨어졌다.

배추 역시 상급 1망(10㎏)에 6000~7000원대에 거래돼 평년보다 25%가량 낮다.

고랭지 채솟값이 바닥을 치는 이유로는 크게 과잉 생산, 저장량 과다, 소비 부진이 꼽힌다.

배추와 무의 경우 올해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도 이유로 지목된다.

이처럼 가격이 폭락하자 준고랭지 농사를 짓는 충북의 일부 지역에서도 수확을 포기한 농가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농민들을 더이상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며 “농산물 가격안정과 농가 경영안정에 나서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영동의 한 복숭아 재배 농민은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제값을 받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정부가 생산비 수준 이상의 가격을 보장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형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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