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포럼'의 네 권의 책
`공간공감 포럼'의 네 권의 책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9.08.12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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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아직 내 집이 없다 보니, 내 집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릴 때는 내 방, 크고 나니 내 집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 대학 기숙사, 원룸, 아파트 등 여러 곳에서 살아보니 `예쁘기는 한데 춥고 덥다.', `창이 크고 천장이 높아서 빛이 잘 들어오는 것은 좋은데 소리가 울린다.'등 공간에 대한 생각이 생겼다. 의뢰자 사연에 맞춰 집을 찾아주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 이거는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겠다 싶었는데 그렇게 되었다. 의, 식, 주 중 하나인 주거에 대해 예능으로 잘 만든 사례인 듯하다.

몇 년 전 국어교사 송승훈 선생님이 자기 집을 짓기 위해 건축가 이일훈 선생님과 나눈 이메일을 엮어 `제가 살고 싶은 집은…'(서해문집)이란 책을 냈다. 집을 짓기 위해 어떤 사람이 살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묻고 그에 따라 맞춰 집을 설계하고 짓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2005년부터 2007년이라는 2년간, 이메일로 소통하며 고민한 집이라니. 집은 정말 이래야 하는데 싶었다. 그전까지는 집에 대해 막연한 공상만 있었다면, 앞으로는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할 것인가는 그 책을 보면서 생각한 것 같다.

그렇게 집에 대한 생각만 있었는데, 지난 1월 교육부에서는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노후 환경을 개선하고, 위험 요소 제거, 미래 교육에 대응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학교 공간 혁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목소리가 생겼고, 사서교사들끼리 학교 도서관 공간에 대해 공부해보자며 이야기를 나눴다. 도서관이라는 문화센터, 교육 공간, 쉼터, 놀이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공간이 있으니 우리가 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모르니까 공부해보자 싶어서 책을 읽는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2016년 가을 `공간공감'포럼에서 나눈 대화를 담은 네 권의 책이다.

1권은 교육공간의 새로운 발견, 2권은 아이들의 상상으로 채운 학교, 3권은 어울림의 공간이 곧 배움의 공간, 4권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깊은 고민이 담긴 공간. 총 4권으로 되어 있다.

제목만 봐도 짐작했듯 건축가들이 학교 현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고민해서 지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네 권 다 백 페이지 남짓의 적은 분량이다. 포럼 이야기를 그대로 책으로 엮었다.

책 중에서 학교 이야기만 골라보자면 남양주 동화고(1권), 서울 지향초(2권)와 신원초(3권), 과천 맑은샘학교(2권), 전라도 황전초(3권)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자세히 이야기하면 기존의 설계안이 있었으나 중학교가 고립되는 설계인 탓에 학교가 반발해 설계를 다시 해서 지은 신축인 동화고 이야기. 복도 공간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 공간으로 만든 신원초. 법적으로 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하여 판형이 아닌 곡선으로 설계된 맑은샘학교, 다목적실 같은 도서관을 만든 황전초 이야기가 있다.

나에게는 이 네 권의 책은 꿈 같은, 소설 같은 책이었다.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다. 좋은 설계자 찾기가 어렵고, 사업 기간은 짧다. 이런 좋은 사례들을 보니 부러움에 한숨이 난다. 기본만 잘해 두면, 나머지는 누군가가 또 이어서 해 주시겠거니 하고 마음을 다독였는데 아쉽다. 뒷면의 질의응답에서 나처럼 느꼈을 청중들의 질문을 보니 나만의 고민은 아닌 것 같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하고 소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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