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여름휴가를 앞두고 여느 날보다 일찍인 새벽 5시에 농장으로 향했다. 토끼장을 탈출한 토끼를 찾기 위해서다. 저녁 늦게까지 쫓아다니며 숨바꼭질만 하다가 포기했었다. 탈출한 토끼는 멀리 도망가지 않는다. 농장의 고구마 싹과 콩밭 골, 호박 덩굴과 농장 옆 덤불 속을 오가는데 손에 잡힐 듯 말 듯, 한 발짝을 다가가면 한 발짝만큼 도망가고 내가 걸음을 멈추면 토끼도 그만큼의 거리에서 선다.
끝내 탈출한 토끼를 우리 안으로 몰아넣지 못하고 돌아섰다. 대신 남아있는 토끼와 닭을 위해 사료와 물을 충분히 주고 큰형님 댁에 들러 자주 돌봐 달라고 당부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바빴다. 분에서 키우는 상추와 화단에 물을 듬뿍 뿌려 주고 새 모이를 넉넉하게 주었다. 누렁이는 우리가 휴가를 떠날 것이라는 걸 아는 듯 계속 징징댔다. 살아있는 생물들을 남겨두고 집을 한번 비운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이번 여름휴가는 남해의 백야도다. 임진왜란 당시 난을 피하기 위하여 창원황씨가 최초로 섬에 들어와 살게 된 백야리인데, 이 지명은 마을 뒷산 산봉우리가 연꽃 봉우리처럼 보이고 돌들이 모두 하얀색을 띠고 있어 일명 흰섬으로 부른 데서 유래했다. 멀리서 섬을 바라보면 범이 새끼를 품는 것 같다고 하여 백호섬으로도 불렸다. 옥정산은 일명 백화봉(白花峰)인데 백야봉(白也峰)으로 불린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감목관(監牧官), 백야곶으로 기록돼 있다. 감목관이란 백야도가 말을 길렀던 곳이고 이를 관리는 목관이 있었으며 조정에서는 감목관을 파견했던 곳이다.
예로부터 전쟁을 지휘하는 전략적 요충지에서는 늘 병영에 목장을 설치하곤 했었다. 부산 영도등대, 울산 울기등대도 그런 경우이다. 특히 난중일기에서는 화양면 장수리 봉아산과 화정면 백야산을 같은 지역으로 바라봤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순신 장군이 사랑했던 섬, 백야도. 이순신 하면 임진왜란이 떠오른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 이후 한일 갈등이 전례 없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수입규제조치면 몰라도 수출규제 조치라니. 이해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으로 이웃 일본이야말로 우방국인지 적국인지 모르겠다.
일본총리 아베 신조. 그는 누구인가? 조선의 마지막 총독인 아베 노부유키의 손자가 바로 현재 일본총리 아베 신조다. 아베 신조의 외조부는 2차 세계대전의 전범인 기시 노부스키이니 아베 총리의 가문은 한마디로 `침략의 가문'이 아닌가.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 아베 노부유키는 총독부에서 마지막 항복문서에 서명하고 떠나면서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이 승리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는 소름끼치는 말을 남겼었다.
강제징용, 징병. 여성정신대 근무령을 발부하고 불응하면 총동원법에 의해 징역형에 처했던 악질이었다. 이런 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아베 총리다. 그의 할아버지가 자행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대법원판결을 가만히 받아들이겠는가? 아베는 즉각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를 단행하고야 말았다. 이에 한국에서는 반일감정이 거세지면서 일본 제품불매, 여행자제 운동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소재, 부품, 장비산업은 외적인 면에서는 상당한 성장을 이룩했지만, 기술력이나 해외 점유율 등에서는 여전히 일본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내가 운영하는 출판사에는 인쇄기, 재단기, 출력기, 제본기, 복사기 등 9개 기계 중 7개가 일본제품이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전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혼란의 시기를 겪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리더십과 용기를 기억한다. 이순신이 그리운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