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증
이석증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9.08.0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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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어지럽다. 머리를 감으려고 머리를 숙이다가 나도 모르게 휘청거림을 느꼈다. 아, 또 온 건가?

10여 년 전의 일이다. 갑자기 방바닥이 360도로 빙빙 돌 정도로 어지럽더니 구토가 심했다. 급기야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여러 병원을 거쳐 결국 원주기독교병원까지 가고서야 괜찮아졌다. 그 이후 조금만 신경을 쓰거나 일이 힘들면 또 어지러웠다. 그 후로 일의 양을 줄이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등 노력 끝에 한동안 괜찮았다. 그런데 또 재발한 듯하다. 병원에 가서 확인해 보니 이석증이 재발했다고 한다.

이석은 특별한 원인 없이 저절로 떨어져 나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하지만 노화나 칼슘대사장애, 골다공증과 연관이 있고, 머리를 부딪치는 등의 충격을 받거나 거꾸로 하는 자세를 심하게 하면서 이석이 떨어져 나와 세반고리관에 들어가기도 한다. 고인 저수지에 돌이 잘 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석이 제자리에 있어야 몸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그래야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석이 제자리를 벗어나면 몸의 균형이 깨져 어지럼증이 생긴다. 처음에는 몸속에 작은 돌 하나 때문에 몸의 균형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석증으로 고생하고 나서야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며칠 전, 검독수리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았다. 검독수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독수리인데 크기 98~120㎝ 날개 길이 234~300㎝ 꼬리 길이 29~41.2㎝ 몸무게 6.8~14㎏이다. 검독수리는 폭이 넓고 긴 양 날개를 일직선으로 뻗은 상태로 상승 기류를 이용하여 3300m 높이를 날아오른 다음 산봉우리에 내려앉으려 날개를 접고 급 하강한다. 이때 최고의 속력은 시속 240㎞에 달한다. 지구 상에서 손꼽히는 빠른 속도이다. 날개폭이 2m나 되는 날개로 날 수 있는 것은 양 날개의 균형을 잘 이루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하늘의 제왕인 검독수리에게도 균형이 중요하다.

우리의 삶 속에도 균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것이 일과 사랑이든, 일과 가정이든 간에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저울로 재거나 똑같이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균형을 이루기가 매우 어렵다. 일이나 가정 어느 한 쪽으로만 치우쳐 균형을 잃게 되면 가정이 깨지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균형은 어느 한 쪽에서만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삶의 균형이 잘 이루어지려면 서로 간의 배려와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일본이 한국에 경제보복조치를 강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두 나라 간의 관계에 균형이 깨지고 있다.

우리는 일본을 가리켜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 어느 나라보다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마음의 거리는 너무 멀기 때문이다. 이웃사촌처럼 주변 국가와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 텐데.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한국에 경제보복조치를 강행함으로써 한국과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사이가 나빠지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렇듯 나라와 나라 간의 균형이 깨지게 되고 급기야 전 세계의 균형이 깨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에 지금 한국과 일본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맞대응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두 나라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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